美 국채도 토큰 거래…JP모건·블랙록도 뛰어들었다 [한경 코알라]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글로벌 금융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기존 전통 금융권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투자 접근성에 있어 용이해졌다는 사실과 더불어 전통 금융권의 주요 기관들이 그들의 새로운 사업 방향성을 가상자산 산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기관들은 기존 금융권 내 여러 가지 자산을 블록체인을 통해 상품화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통 금융기관들은 현재 기존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협업을 바탕으로 사모펀드, 국채, 등의 금융상품을 토큰화(RWA)하거나 토큰화 자산의 유통 및 결제에 대한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 따르면, RWA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6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 역시 “금융 시장의 다음 세대는 자산의 토큰화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금융의 미래가 자산의 토큰화에 있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RWA란?
RWA는 Real World Assets의 약자로 실물자산을 뜻하며 통상적으로 실제 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자산들을 블록체인을 활용해 토큰화한 자산을 일컫는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한 블록체인의 역사는 결국 중앙화된 제삼자 없이 거래자들 간의 직접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탈중앙화에 그 근본 개념이 있다. 그와 관련해 여태 가상자산 시장은 디파이, NFT 등 탈중앙화와 관련한 비약적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전통적 금융 자산과 실물 자산은 디지털 세계와 간극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기존 금융 인프라에서 거래하기 어려웠던 현실 세계의 다양한 자산들을 블록체인에 올림으로써 탈중앙화를 실현하고, 거래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실물 자산(RWA)에 주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상품과 비교해 RWA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기대 효과는 다음과 같다.
1. 미술품, 부동산 등의 실제 자산에 유동성 부여 가능
2. 소유권 분할 기능으로 조각 투자 가능
3. 중개자 감소에 따른 여러 방면의 비용 절감
4. 블록체인 분산원장 활용으로 투명성 향상
5. 단순 소유권 확보가 아닌 디파이 시장 등을 활용한 자산 활용성 증대
STO와 비교되는 점 그리고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차이
RWA가 주목받음과 동시에 STO(증권형 토큰) 또한 미디어를 통해 많이 언급되었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은 RWA보다 STO라는 단어에 더 친숙할 것이다. STO는 "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로서, 증권형 토큰 제공을 말한다. 증권성을 띠는 자산들의 소유권을 토큰으로 쪼개 발행(STO), 이를 거래 가능하게 하는 것인데, RWA와 큰 틀에서 두 가지 주요한 차이점을 갖는다.
우선 STO와 RWA는 집중하는 개념에서 차이가 있다. STO는 자산 취득이라는 기존의 전통 금융 상품 투자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RWA의 경우 자산 활용성에 있어 큰 장점을 가진다. 증권형 자산에 한정되어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내에서만 유통되는 STO와 다르게 RWA는 토큰화를 통해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Defi(분산 금융) 시스템에서 담보로 쓰일 수 있다. 이 과정은 대출과 청산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며, 전통적으로 담보로 사용되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들이 새로운 담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준다. 블록체인 활용으로 금융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포용성을 넓혀주고 Defi의 발전과 함께 토큰화된 자산의 사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두 개념의 큰 차이는 관리주체에서 온다. STO는 증권형 자산에 한정되어 있으며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내에서 증권화된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금융당국의 직접적 규제 아래에서 시행된다. 그렇기에 증권 등록을 하는 등 규제 테두리 내에서 진행되는 행정적 절차와 관여 주체들이 필요하게 된다. 이와 달리, RWA는 다양한 실물 자산을 최소화된 중개자들의 관여 그리고 더욱 퍼블릭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어 디지털 금융 영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해외와 국내 STO시장은 주목하는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 주요국에서는 증권형 토큰을 통한 쉬운 대규모 자금의 조달이 STO 논의의 근본 목적이었던 반면, 국내의 경우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을 토큰화해 일반인들의 투자장벽을 완화하고자 하는 조각 투자에 집중된 모습이다.
현재 국내보다 STO 산업이 먼저 시작된 미국과 일본에서도 지금까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STO 산업 부진에 대한 이유로 규제적 장벽, 기존 자산 시장 대비 차별점 부족, 장외 거래소 내 제한된 유동성, 투자자 접근성 등이 꼽히고 있다.
국내보다 자본 규모가 큰 시장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보인 STO 산업은 현재 가이드라인 상 국내에서 또한 활성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내 토큰 증권 제도는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기술적 혜택을 충분히 반영하기보다는 조각 투자 개념에 시선이 묶여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투자 금액 상한 등의 규제로 인해 성장에 한계가 있다. 국내 관계자들은 산업 현황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RWA를 활용하려는 전통 금융권의 시도들
글로벌 IB들은 앞서 언급한 ‘토큰화된 자산 활용 가능성’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금융업계가 STO 인프라 구축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시각이다.
주요 전통 금융권 플레이어들은 이미 토큰화된 자산과 디파이 프로토콜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는데, 특히나 중앙화된 서버가 아닌 퍼블릭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이 혁신적이라 평가된다.
JP모건은 작년 미 국채, MMF와 같은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토큰화하여 디파이(Defi) 풀로 활용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관 규모의 거래에 적합한 대규모 자산군을 디파이와 결합하여 사용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JP모건은 이미 퍼블릭 블록체인을 이용한 외환(FX) 국경 간 거래에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를 통해 거래 비용 절감과 투명성 향상 같은 블록체인의 장점을 실현한 바가 있다.
이에 더해, 올해 3월 외신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들(BUIDL)'이라는 첫 토큰화 펀드를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에서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비들은 토큰 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며, 매달 배당금을 토큰 형태로 지급한다. 펀드는 현금 및 미국 국채 투자로 수익을 창출하며, 사용자는 토큰을 언제든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 초기 참여자로는 앵커리지디지털은행NA(Anchorage Digital Bank NA) 등이 있으며, 블랙록파이낸셜매니지먼트가 투자 매니저로,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이 자산 수탁자 및 관리자로 활동한다.
이뿐만 아니라 시티뱅크의 아발란체 서브넷을 활용한 사모펀드 토큰화 연구, 호주 뉴질랜드 은행그룹의 글로벌 토큰화 자산의 동시 결제 연구 등 많은 금융기관이 토큰화 기술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
전통 금융의 혁신과 가까운 금융 시장의 미래
현재 시점에서 전통 금융의 대표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자산 시장을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로 여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RWA라는 기술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가능성은 차세대 금융 혁신에 필수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고, 점점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의 경계를 무너뜨려 거대한 규모의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토큰 증권이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 발행될 것이기 때문에 활용성 면에서 국내 토큰 증권 시장은 한계점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법 테두리 내로 편입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으며 토큰 증권 도입을 계기로 탈중앙화 기술 활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법적 근거 및 규제의 부재로 한계가 있지만,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들도 토큰 증권에 국한되지 않고 탈중앙화 기술 차용으로 기존 금융 패러다임과 차별화된 속성에 집중한 사업화가 요구된다.
더불어 전통 금융권의 단순 테스트 단계를 넘어서 블록체인 기술의 실질적 사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기업들의 선례 검토를 통한 실패 지점 보완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는 규제영역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신속하고 단호한 정책 결정이 요구된다. 규제 개선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늘어날 트래픽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확장성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지속하고, 기관들이 RWA 시장 진출에 용이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러 유형의 금융상품을 온체인 상에 올리기 위해서 현재의 토큰 표준 이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이 원활한 상호 운용이 가능한 추가적 토큰 표준에 대한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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