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트코인 현물 ETF·코인 기관투자 허용"
국힘 "투자소득 과세유예·표준 공시제도 도입"
업계 "가상자산 공약 '한철 장사'로 끝나선 안돼"
유세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우) / 사진=송민지 기자
대한민국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무려 600만명에 육박하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표심의 향방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모두 가상자산 투심을 겨냥한 맞춤 공약을 내놨다. 민주당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시장 증진 중심, 국민의힘은 오는 2025년 1월 1일 이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를 가상자산 기본법 구축 전까지 연기하는 안정화 중심 공약을 각각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주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vs 국힘 '투자소득 과세유예'
사진=셔터스톡
민주당은 현재 국내에서 거래가 금지돼 있는 △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허용 △가상자산 현물·선물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을 통한 비과세 혜택을 대폭 확대 △기관투자자 등 스마트머니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허용 △증권형 토큰 법제화 등 시장 확대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 디지털 자산 생태계 자정 기반 강화를 위한 해결법도 제시했다. 업권법 제정, 통합감시시스템 설치, 개별 거래소 오더북 통합 등을 통해 자본시장 수준으로 시장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에 대해서는 상한선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손익통산·손실이월공제(5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번 공약에 대해 "주식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5000만원의 비과세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라며 "과세를 시작할 때 투자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선 수익이 많은 분들에 한정해 과세를 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공약의 중심이 된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해 비트코인을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편입시켰다"라며 "글로벌 상황을 반영해 과세 인프라 및 유통 산업을 키워나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시장 상황과 국제논의 동향에 맞춰 시장 육성, 투자자 보호를 위해 '2단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투자 소득 과세도 법제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 합리성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가이드라인 및 규정을 정비한 후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밖에도 △투자자 보호, 공시, 평가를 전담하는 가상자산 전담위원회(Commission) 설치 △거래소 표준 공시제도 추진 △가상자산 백지신탁 도입 △코인발행(ICO) 단계적 허용 △토큰증권(STO) 입법 연내 마무리 △벤처기업·스타트업 지원 등 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가상자산 공약에 대해 "공정 과세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과를 서두르려면 국내 이용자들을 외국 거래소로 내모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공정한 상황에서 공정한 과세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공약은 금융 정책이라기보다 최우선 청년 정책에 가깝다"라며 "새롭고 변화가 많은 분야인 만큼, 2030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투자자 기대감 고조
사진=셔터스톡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양당의 공약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향후 이들 공약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내로 편입돼 법적 보호와 투자자 권리를 모두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먼저 민주당의 핵심 공약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현실화하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경제적 가치도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윤재홍 미래에셋 ETF 애널리스트는 "만약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같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현재 선물 ETF에 몰려 있는 수요가 일정 부분 이상 현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난달 순매수 상위 ETF에 비트코인 선물 ETF가 포함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물 ETF에도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공약인 '과세유예'의 실효성이 뛰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업 투자자 A씨는 "과세 유예, 정보 비대칭 문제 해결을 위한 거래소 공시 제도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약들이 적용되면 투자자 다수가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당 모두 강조한 토큰증권(STO) 관련 공약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이용재 미래에셋 디지털자산 선임 연구원은 "만약 STO 법안이 통과된다면 명확한 규제가 부재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시작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주목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업계, 증권사 모두 사업 추진 동력을 크게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제시한 가상자산 공약들 모두 산업 핵심 분야 발전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조항들로 이뤄져 있는 만큼, 제대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글로벌 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돌비콩 고팍스 리서치 파트너는 "양당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자체가 대승적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더욱 합법적이고 정통한 투자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라며 "제도화라는 큰 틀의 방향성이 정해졌기 때문에 가상자산 산업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는 점을 시사하며, 추후 국내 시장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공약, '한 철 장사'로 끝나선 안돼"
일각에서는 이번 공약들이 정치권의 '한 철 장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당한 규모로 성장해 버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선거철에만 관련 공약들을 언급할 뿐, 정부 차원의 법적 인프라 구축은 경쟁 국가 대비 현저하게 뒤처진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커뮤니티 채널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는 "대한민국에서 코인 열풍이 분 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표심팔이에만 급급한 모양"이라며 "이번에도 심도 있는 공약은 없고 양당 모두 당근만 흔들어대고 있는 판국이라 안타깝다. 공약이 실현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B씨는 "현재 과세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탈세 방법도 너무 다양한 실정인데, 대부분 공약이 세부적인 내용 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라며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공약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전했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정책이 선거 공약으로 계속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결국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 사업개발 총괄은 "총선에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언급될 만큼, 업계와 투자자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라며 "정치 성향을 떠나 유연한 가상자산 규제 구축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정당 간 공약 경쟁을 통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얏 시우 애니모카브랜즈 회장은 "한국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시장에 상당한 열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기관은 블록체인 리딩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총선에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이 등장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정부와 규제 기관들도 대중의 민심을 얻기 위해 산업 증진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민, 강민승, 황두현, 이수현, 손민, 진욱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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