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60원 위로 치솟으면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만에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이후 미 중앙은행(Fed)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하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천장 뚫은 환율…1380원 가능성도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64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거래일(9일)보다 9원20전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4거래일 연속 경신했다. 이같은 환율 수준은 지난 2022년 11월10일(1377원 50전) 이후 1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이날 환율은 1365원으로 출발했다. 전날보다 10원10전이 오르면서 장 시작과 함께 최고점을 터치했다. 장중 고가를 기준으로 이 역시 2022년 11월10일(1378원50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전날(현지시간) 미국의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로 발표된 영향이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낮아졌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가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이날 105를 넘어 작년 11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한국과의 금리차도 당분간 2%포인트로 유지되게 된다. 금리차 축소에 따른 환율 하락 기대가 약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위험선호 흐름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하 지연으로 원화 약세 부담이 더 커졌다"며 "환율 상단 예상치를 당초 1350원에서 1380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화의 절상 요인이 크지 않다"며 "1370원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가 나타났다. 엔화는 달러당 153엔을 넘어서면서 1990년 6월 이후 약 3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변동성, 한달 새 두배로 확대
최근 환율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5원50전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2원80전에 비해 폭이 2배 가량 커졌다. 1분기 평균인 4원30전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일대비 변동률은 같은 기간 0.21%에서 0.41%로 확대됐다. 미 달러화와 유로화가 각각 0.23%씩 변동한 것에 비해 변동성이 컸다. 주요국 중 원화보다 변동성이 심했던 것은 노르웨이(0.53%), 호주(0.51%), 러시아(0.49%)뿐이었다.
달러화 대비 절하 폭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이후 지난 8일까지 원화가치는 1.6% 하락했다. 한은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13개국 통화 중 튀르키예 리라(-2.5%)를 제외하면 가장 큰 수준이다. 원화가 지난달 주요국 통화 중 최약체였던 셈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시간(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91원13전이다.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892원6전)보다 93전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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