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뉴스 캡처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최대 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첫 전면적인 본토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이달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 지 12일만 이다.
이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됐다는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았다. 이에 따라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가 확전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자국 영토 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를 쐈다"며 "이스라엘 전투기와 함정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점령지와 진지를 향해 수십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이스라엘 영토 내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첫 번째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 깊은 곳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전했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 방송에 따르면 모하마드 레자 가라에시 아시타니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에 영토나 영공을 개방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의 단호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예루살렘을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현지시간 2시를 전후해 보도했다.
한편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권 '저항의 축' 무장세력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접경 레바논 남부가 근거지인 헤즈볼라는 이란 공습에 맞춰 골란고원에 배치된 이스라엘 방공 진지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에 따르면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드론을 여러 대 발사했다.
베냐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이스라엘 항공당국은 이번 공습에 대응해 현지시간으로 14일 0시 30분부터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인접국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등 상공에서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이란이 쏜 드론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 공습을 시작했다"고 확인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철통같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맞서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이 예고한 대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격에 따른 보복을 감행하긴 했으나, 후폭풍 등을 감안해 그 수위를 미세 조정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란의 이번 공격이 민간 혹은 종교 시설이 아닌 정부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중동 지역의 미군 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행동 지침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각급 학교에는 휴교령을 내렸다. 교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청소년 활동도 전면 취소됐다. 또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중집회는 금지되고, 일터의 경우 방공시설이 갖춰진 곳에서만 업무가 가능하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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