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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렸다간 가계빚 폭발…동결 하자니 소비·투자 침체 불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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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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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한국의 환율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밝혔다.
  •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가계부채 급증 때문에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금리 인하 경로를 안갯속에 빠뜨렸다고 전했다.
  • 다만,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조기 금리 인하론도 대두되고 있으며, 내수 확대를 위해 8월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美, 9월 금리인하로 직진…한은 '딜레마'

Fed, 기준금리 동결했지만…'피벗' 강력 시사

내수 부진에 8월 내려야 vs 집값 못잡으면 인하 힘들어

이창용, 가계빚 폭증에 고심…금리인하 경로 '안갯속'

< 머리 맞댄 금융수장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두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첫번째),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함께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머리 맞댄 금융수장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두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첫번째),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함께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물가가 안정되고 고용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명확히 했다. 이와 달리 피벗(정책 전환) 시점을 놓고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가계부채는 급증해 한은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Fed는 지난달 30~31일 FOMC 정례회의에서 연 5.25~5.50%인 정책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Fed가 8회 연속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지만 9월 인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경제가 기준금리를 낮추기에 적절한 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인식”이라며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경제 성장세와 고용 상황이 현 상황을 유지할 경우’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파월 의장이 구체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9월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달리 한은의 금리 인하 경로는 안갯속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 6월 2.4%로 내려가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로 역성장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섣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7조원 넘게 급증하며 3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안팎에서는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과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8월에라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1일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은 1366원20전으로 전날보다 10원30전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지난 6월 7일(1365원30전) 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다. 코스피지수는 6.99포인트(0.25%) 오른 2777.68로 장을 마쳤다.

10월 금리인하 놓고 고심…최대 리스크는 집값 자극

"부동산 상황 생각한 것보다 심각"…주거비 상승땐 물가 압박 부추겨

금리 내렸다간 가계빚 폭발…동결 하자니 소비·투자 침체 불보듯

‘미국의 9월 금리 인하를 확인한 후 10월에 내린다.’

직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11일 이전까지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이런 전망을 내놨다. 올들어 물가가 둔화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것은 금리 인하 요인이지만 자본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은 한은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최근들어 한은이 풀어야 할 ‘피벗(정책 전환) 방정식’은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에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까지 변수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금리를 내리자니 부동산 폭등이, 동결을 이어가자니 내수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한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안잡히면 인하 어렵다

한은은 1일 오전 ‘FOMC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딜레마 상황을 언급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물가와 경기 상황에 따라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한국엔)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2%대로 내려온 물가 상승률과 내수 부진 등 경기를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금융불안 때문에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 공개된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금통위원 전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했고, 다른 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이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상황을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의견을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조기 금리 인하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종가)은 전날보다 10원30전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366원20전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달러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환율이 내렸다.

환율 안정은 금리 인하에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한은이 미국에 이어 곧바로 금리를 내릴 경우 금리 격차가 다시 유지되면서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행이 전날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좁혀진 것도 변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과 한국의 금리를 비교해 투자처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외환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금리 내려도 1년 후 영향”

하지만 조기 인하론도 만만치 않다. 고금리가 계속 이어지면 내수 부진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전분기 대비)였다. 1분기 1.3%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인한 역성장이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의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지금 내리더라도 실제 효과는 1년 후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며 “고금리가 더 이어질 경우 내수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물가 안정을 보면 한은이 8월에 금리를 내려도 된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뉴욕=박신영 특파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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