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 코인 '탈세·환치기'에 칼 뺐지만…"외환리스크 대응엔 미흡"
-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을 외국환거래법에 포함시켜 국경 간 거래를 신고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사전 등록을 하고 매달 한국은행에 거래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그러나 이러한 규제 방안은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더욱 음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의 공습
(5) "국경간 거래, 신고 의무화"…외국환거래법 개정 추진
내년 외국환 규제대상 포함
최상목 "사업자 등록 필수
거래내역 한은 보고해야"
모니터링 강화한다지만
환치기 차단만 초점 지적도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외국환거래법상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스테이블 코인이 무역 결제 등에서 달러처럼 쓰이고 있지만,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이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탈세, 환치기 등 불법 거래 예방에 초점을 맞춰 외환시장과 거시 경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상자산 관련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시행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테더(USDT) 등 스테이블 코인이 많아지고 국내 주요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가 늘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사전 등록 의무를 부과하고 국경 간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관한 정의 조항을 신설한다.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암호화폐거래소 등 사업자의 사전 등록을 의무화한다. 또 사업자는 매달 한국은행에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해당 정보는 국세청, 관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에 제공해 불법 거래 감시·적발과 통계 분석, 정책 연구 등에 활용한다. 국경 간 거래 범위는 외국의 사업자 또는 그 고객, 개인지갑으로의 가상자산 입출금으로 규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을 자본거래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부총리는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국경 간 거래를 제도화한다는 뜻은 아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실제로 거래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외환거래 방치 안된다"…암호화폐거래소 사전등록 의무화
거래내역 매달 韓銀에 보고해야…모니터링 시스템 내년 하반기 구축
정부가 25일 내놓은 스테이블 코인 대응 방안은 암호화폐거래소 등이 가상자산의 국경 간 거래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한 탈세, 환치기, 자금세탁 등 불법 외환거래가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가상자산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앞서 국경 간 거래 과정의 불법을 예방하겠다는 취지지만,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더욱 음지로 내몰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거래소에 보고 의무 추진
기획재정부는 이날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를 취급하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한국은행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암호화폐거래소를 비롯해 관련 사업자 40곳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처럼 쓰이지만 현재 거래 목적이나 정보를 보고할 의무는 없다. 달러 등 외환 거래는 사전에 거래 목적 등을 확인하고 사후 한국은행에 거래 정보를 보고하게 돼 있다. 이를 통해 과세 및 금융당국은 탈세와 자금세탁 등을 방지한다. 통화 및 외환당국은 자본 흐름과 유동성을 모니터링한다. 이 같은 엄격한 보고 체계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통화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러와 마찬가지인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늘어나면 거시경제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건 이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자본을 이동시켜 외환 거래가 실제보다 과소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출입, 국제수지 등과 같은 통계에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가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암호화폐거래소 등에 보고 의무를 지도록 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규제 실효성 낮을 듯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는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서다. 스테이블 코인은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아도 탈중앙화거래소나 개인 간 거래 등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의 이점도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는 데는 이틀 이상 소요되지만 스테이블 코인 송금에는 5~10분가량 걸린다. 달러 거래를 위한 환전 수수료, 각종 행정 절차 등도 필요 없다.
정부는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무역 거래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고 못박았지만 이를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데다 개인 지갑(암호화폐 저장 수단) 간 거래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도 “무역 대금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받았다면 이미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면서도 “지금은 적발하는 것이 완전히 확률 싸움”이라고 인정했다.
정부가 국경 간 거래 형태 중 하나로 ‘개인 지갑으로의 가상자산 입출금’을 규정한 것도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을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으로 이전한 것만으로도 해외 송금이나 외화 이동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순한 자산 이동을 국경 간 거래로 규제하는 것은 과도할뿐더러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정부 관리 밖으로 더욱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스테이블 코인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 코인은 본질적으로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으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규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정부 통제 밖 거래를 부추겨 외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적 수준에 맞춰야”
스테이블 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법정화폐에 준하는 외환 거래로 규제하면서도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자본거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 홍콩 등 주요 금융 선진국이 스테이블 코인을 기존 금융시장에 포용하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는 다음달 출범할 예정인 금융위원회 주도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스테이블 코인
stable coin.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 달러나 금 등에 가치를 연동한다.
조미현/박상용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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