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절대 반대"…800만 코인 투자자 뿔났다 [이슈+]
- 800만 명에 달하는 코인 투자자들이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연장에 반발하며, 관련 위원회의 간담회장에서 이재명세와 연결된 밈을 활용해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 민주당 관계자들은 과거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가 '이재명세'로 명명되었던 이유를 네이밍 전략이라며, 현재의 코인 과세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 대부분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중산층 이하 서민층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부유층이 아닌 이들에게 세금 부과가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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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형택 기자
민주당이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정부와 국민의힘에 맞불을 놓으면서 8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과세가 유예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민주당이 내년 과세 시행을 강력하게 밀어붙이자 혼란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불붙는 코인 투자자 민심
22일 국회 전자청원 게시판 및 주요 가상자산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다수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과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이재명세'라고 부르던 밈(meme)을 재활용해 "코인 과세는 제2의 이재명세"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현재 1만명 이상이 서명한 '제2의 이재명세인 가상자산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의 청원인은 "최소한 금투세 수준의 제도 정비 이후 과세 진행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가상자산의 경우 대부분 중산층 이하 서민층(투자자)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계층에게 세금을 징수하는게 과연 민주당식 과세 방침인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이미 손실이 많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앞으로 수익 났으니 세금을 납부하라고 하면 그동안 발생한 손실은 국가가 보상해 줄 것이냐"라며 "과거 민주당이 가상자산에 대한 보수적 시각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잃어버렸던 기회 비용과 실질적 손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하는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공제 한도 5000만원 상향시 국민 대다수 해당 안돼"
개인 투자자들이 코인 과세를 '제2의 이재명세'로 몰아가는 이유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이름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가상자산 과세 관련 법안 발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지만,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밀어붙이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압박 여론을 형성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이 대표는 22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를 실제로 추적할 수 있는지", "과세 가능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건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당의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데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가상자산 과세 시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진 정책위의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년 전에 입법되어 이미 두 차례나 유예된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다시 유예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잘해야 1.3% 남짓의 고액 투자자가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문제를 왜곡·과장해서 선동하지 말라"라며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질타했다.
이어 다음날인 22일에도 진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물경제와 관련이 없는 가상자산의 과세는 금투세와는 다르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시행해야 한다"라며 가상자산 과세 시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시행되어야 하냐 마냐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라며 "총선 공약에서 제안한 것처럼 과세 공제 한도가 5000만원이 된다면 5% 수익률을 기준으로 10억 정도 투자해야 하는데, 국민 대다수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종적으로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단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여야간 합의 없이 의석 수로 밀어붙이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투세가 폐지된 만큼 형펑성 차원에서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를 해야 한다"라며 "특히 가상자산은 젊은 세대가 많이 투자하는 만큼 충분한 준비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큰손들, 해외 이탈하나…정직한 개미만 세금폭탄 우려"
과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코인 과세가 시행되면 정직한 개인 투자자들만 세금 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울며 겨자먹기로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를 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내년부터 세무당국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반면, 정작 큰손들은 해외 거래소로 대거 옮겨가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가 아닌 해외 거래소나 온체인 지갑으로 보유할 경우 이에 대한 과세를 매길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며 "결국 투자자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서 국내 자금의 해외 유출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정확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과세를 하게 되면 오히려 성실 신고자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며 "국내 거래소 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결국 해외 거래소로 쏠리면서 이용자 유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 C씨는 "민주당은 전체 코인 투자자 중 1.3% 가량의 고액 투자자만이 세금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 있는 투자금 중 상당수가 이들의 것"이라며 "이들이 국외로 빠져나가 거래를 하게 되면 국내 시장은 죽고 해외 거래소들만 날아다니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국경이 없고 다양한 거래소에서 동일 종목을 다수 취급하기에 굳이 큰손들이 세금을 내면서 한국 국적의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유인이 없어지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영민, 이수현, 손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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