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뉴스

"매수 버튼이 사라졌다"…하이퍼리퀴드 '무단 상폐'에 투자자 신뢰도 붕괴

손민 기자

간단 요약

  • 하이퍼리퀴드의 무단 상장폐지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붕괴되었다고 전했다.
  • 시스템 악용 공격으로 인해 하이퍼리퀴드의 구조적 취약점 및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밝혔다.
  • 이번 사태가 로빈후드의 사례처럼 투자자 권리를 침해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탈중앙 선물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HYPE)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시스템 악용 공격에 '무단 상장 폐지'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플랫폼 신뢰도와 구조적 취약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은 하이퍼리퀴드의 독특한 유동성 공급 방식 때문에 발생했다. 하이퍼리퀴드는 이용자들의 자금을 이용해 마켓메이커(MM) 역할을 대체하고 수익을 나눠 가지는 형태의 HLP(Hyperliquidity Provider) 볼트를 운영한다. HLP볼트는 대규모 청산이 발생하면 해당 포지션을 인수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나눠 청산시키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성됐다. 하이퍼리퀴드의 취약점을 공격한 익명 고래는 HLP볼트의 약점을 노렸다.

아캄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공격자는 3개의 계정을 통해 밈코인 젤리마이젤리(JELLYJELLY, 이하 젤리) 거래 페어에서 2개의 롱 포지션(405만 달러)과 하나의 숏 포지션(410만 달러)을 구축했다. 이후 젤리 코인 현물 매수로 숏 포지션 청산을 유도해 의도적으로 HLP 볼트에 숏 포지션을 떠넘겼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양방향 자전거래로 가격을 조작해 하이퍼리퀴드 HLP 볼트에 손해를 떠 넘긴 것이다.

젤리는 시가총액이 2000만달러에 불과한 소규모 밈코인이다. HLP 볼트의 역할처럼 이어받은 수백만 달러 규모 숏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커뮤니티 참여자들도 하이퍼리퀴드의 HLP 볼트 마켓메이킹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최근 트럼프 내부자의 하이퍼리퀴드 포지션 청산 등을 주도했던 익명 트레이더 CBB는 커뮤니티에 "해당 숏 포지션을 청산시킬 마음이 있다면 힘을 합쳐야 한다. 이미 이를 위한 팀을 꾸렸고, 상당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라며 참가를 독려했다. 이에 다수 트레이더가 대규모 롱 포지션을 취했고, 젤리 가격이 약 550% 상승하면서 HLP볼트의 전체 미실현 손실은 1200만 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바이낸스가 27일(현지시각) 갑작스런 젤리마이젤리(JELLYJELLY) 무기한선물 상장을 발표했다. / 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 캡처
바이낸스가 27일(현지시각) 갑작스런 젤리마이젤리(JELLYJELLY) 무기한선물 상장을 발표했다. / 사진=바이낸스 홈페이지 캡처

이후 OKX, 바이낸스 등 대규모 중앙화 거래소들이 젤리 무기한 선물 페어를 상장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일반적으로 대형 거래소 상장은 유동성 확대를 의미하기에, 코인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앙화 거래소 상장으로 젤리 가격이 청산가(0.16달러선)에 도달했다면, 당시 HLP 볼트가 보유한 락업예치금(TVL) 2억3000만 달러가 모두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퍼리퀴드는 바이낸스 상장이 발표된 후 사전 공지 없이 젤리 선물 거래 페어를 상장 폐지했다. 이후 X를 통해 "불공정 거래로 의심되는 거래 활동이 포착돼, 밸리데이터(검증인) 투표를 거쳐 젤리 선물 거래 페어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라며 "피해를 입은 모든 사용자들은 재단이 전액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작스럽게 선물 거래를 상장 폐지 하며 거래 페어 내 포지션들은 공격자의 숏 포지션 진입가인(0.0095달러)에 청산됐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리퀴드 볼트는 70만 달러의 이익을 얻었으며,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된 트레이더들은 의도하지 않은 포지션 정리를 하게됐다.

28일(현지시간) 하이퍼리퀴드는 추가 공지를 통해 "정산 시점에 젤리 롱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는 종가인 0.037555달러를 기준으로 환불을 진행할 계획이며, 향후 △ HLP 볼트 내 비율 캡 설정 △ 정교한 백스탑 청산 처리 로직 도입 △ 미결제 약정 캡 동적 변경 △ 온체인 투표를 통한 자산 상폐 검토 등 리스크 관리 방안을 도입하겠다"라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원성은 계속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가 HLP 볼트가 보유한 숏 포지션을 0.0095달러에 일괄 정산해 70만 달러 가량의 이익을 얻었다. / 사진=룩온체인 X 캡처
하이퍼리퀴드가 HLP 볼트가 보유한 숏 포지션을 0.0095달러에 일괄 정산해 70만 달러 가량의 이익을 얻었다. / 사진=룩온체인 X 캡처

손실 위기 닥치자 '중앙화' 방식으로 의사결정

업계 관계자들은 탈중앙화 선물 거래소(DeFi Futures)를 자처하는 하이퍼리퀴드가 직접적인 손실을 입을 위기에 놓이자 중앙화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유명 온체인 분석 전문가 잭XBT(ZachXBT)는 "하이퍼리퀴드는 북한의 해커 조직이 수 많은 투자자의 해킹 피해 자산을 거래할때는 탈중앙화 매커니즘 상 거래 중단이 불가하다 했으나, HLP 볼트의 대량 손실이 발생하자 소수의 밸리데이터가 즉각적으로 전체 선물 포지션을 강제 종료시켰다"라고 지적했다. 과거 라자루스 등 범죄 조직의 불법 자금 세탁 등 문제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일관하던 하이퍼리퀴드가 막상 자신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오자 하이퍼리퀴드 관계자로 구성된 밸리데이터를 긴급 소집해 적극적인 중앙화 행보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아서 헤이즈 비트맥스 창업자 역시 "더 이상 하이퍼리퀴드를 탈중앙 거래소라 부를 수 없다"라며 하이퍼리퀴드의 이중적 태도에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하이퍼리퀴드의 극단적 대응으로 인한 실망감은 TVL을 비롯한 온체인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사건 발생 직후 하이퍼리퀴드에서는 약 1억4000만 USDC가 빠져나갔다. HLP볼트 TVL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디파이라마 자료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각) HLP볼트 TVL은 사건 발생 전 2억8600만 달러에 달했으나, 현재 약 34% 감소한 1억88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는 토큰 가격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하이퍼리퀴드 거버넌스 토큰 HYPE는 사태 발생 직후 코인마켓캡 기준 약 22% 하락한 13.0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8일 현재는 하락분 일부를 회복한 14.6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코인판 '로빈후드 게임스탑 사가'…신뢰 무너졌다

이번 하이퍼리퀴드 사태가 미국 증권 시장에서 발생한 '로빈후드 게임스탑 매수 차단' 사건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권리를 침해한 최악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앞서 온라인 금융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2021년 밈주식 열풍으로 인해 게임스탑(GME)이 폭등하자, 투자자들의 매수를 차단했다. 이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매수 차단 사태 관련 해명을 해야했으며, 결국 미국 금융산업규제청(FINRA)으로부터 과징금 7000만달러를 선고 받았다.

하이퍼리퀴드 역시 로빈후드와 마찬가지로 투자자 권리와 투명성을 훼손했기에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레이시 첸 비트겟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를 통해 "이번 하이퍼리퀴드의 무단 상장 폐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매우 비윤리적인 처사로, 이같은 거래 구조가 이어진다면 과거 FTX 사태와 같은 가상자산 시장 대규모 붕괴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만약 미국 규제 기관이 개입한다면, 하이퍼리퀴드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가상자산 법무법인 디센트의 진현수 대표변호사는 "만일 전통 금융에서 공지 없이 특정 선물 상품을 상장폐지한 행위가 발생했다면 이는 명백한 절차적 위법"이라며 "자본시장법상 사전 공시와 이해관계자의 절차참여권 보장은 필수적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미국 등 규제 당국이 개입할 경우 시장 조작 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건사고
#분석
#이슈진단
publisher img

손민 기자

sonmin@bloomingbit.io안녕하세요 블루밍비트 기자입니다.
방금 읽은 기사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