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15%' 타결…K제조업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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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총 4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및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 이번 합의로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는 50%로 유지되며, 자동차 관세는 기존 FTA 대비 상승해 현대차와 기아 등 일부 기업 주가가 급락한 반면 조선업 관련주는 급등했다고 밝혔다.
  • 정부는 한·미 FTA 사실상 폐기, '2.5%포인트 관세 우위' 소멸 등 불리한 점도 있지만, 수출 환경의 급격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對美 투자 3500억弗…에너지 구매 1000억弗 약속

트럼프 "韓과 완전한 무역합의…李와 2주내 정상회담"

李대통령 "주요국과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 마련"

'상호 무관세' 사실상 폐기…12년 한미 FTA 시대 끝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SNS 캡처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한국이 미국에 총 4500억달러(약 625조원) 규모 투자 펀드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구매를 약속하고,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미국이 예고한 25% 상호관세 부과일(8월 1일)을 하루 앞두고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관세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상호 무관세'가 근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폐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한국 관세 협상단과 면담한 뒤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한국이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미국 조선업 부흥(MASGA)과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돕는 조선업 협력 펀드다. 여기에 한국은 1000억달러(약 139조원)어치 LNG 등 미국산 에너지 구매도 약속했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를 기존대로 50%로 유지하고, 한국은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 양국은 2주 안에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와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방위비 등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한국은 당장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자동차 품목 관세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EU, 일본의 기본 관세인 2.5%포인트만큼 우대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12.5%의 자동차 관세를 마지막까지 주장했지만 거기까지였다"며 "한·미 FTA가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번 합의는 소나기를 피한 것"이라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비관세 장벽 개선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28% 하락했다.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경쟁국보다 2.5%포인트 낮은 관세 우위가 사라진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4.48%, 7.34% 급락한 반면 조선주는 한·미 협력 기대로 급등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각각 13.43%, 4.14% 올랐다.

'3500억弗+1000억弗' 선물로 관세 15% 사수…큰 고비 넘겼다

日·EU처럼 '대규모 대미투자'가 지렛대

한국은 총 4500억달러(약 625조원)에 달하는 투자펀드 및 에너지 구매 카드를 앞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가까스로 성공했다. 당장 8월 1일부터 부과되기 시작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췄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고기와 쌀 시장 개방도 막아냈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 계속 제품을 팔기 위한 입장료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625조원은 올해 국가 총지출액인 702조원의 89%, 지난해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1조7903억달러)의 25%에 해당한다.

일본 대미 투자펀드가 '정답지' 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대미 관세 협상 브리핑에서 "미국이 8월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는 15%로 낮아지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 대비 불리하지 않은 '최혜국 대우'를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 대가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를 약속했다.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을 위한 투자·대출·보증으로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비슷한 형식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와 원전, 2차전지, 바이오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에서 미국 진출을 돕는 펀드"라며 "일본의 대미 투자펀드(5500억달러)를 정밀히 분석해 (한국의 대미 투자펀드에서) 안전장치를 훨씬 더 많이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막판 협상에선 미국 조선업 부흥(MASGA)을 위한 1500억달러 펀드를 제시했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해당 펀드는 미국 내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해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해 (미국에) 투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0억달러 구매는 '에너지' 위주

정부가 미국에 약속한 1000억달러 규모 구매 패키지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원유, 석탄 등 에너지 구매가 중심이다. 정부는 이행 기간으로 4년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4500억달러의 '입장료'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우리 조선사가 주로 참여하는 조선업 펀드 1500억달러와 필수 에너지 구매 1000억달러를 제외한 대미 투자펀드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 수준"이라고 했다.

일본과 달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약속은 이번 합의엔 직접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후 논의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북극 (개발) 등 전략적 부분이 있으므로 상업성을 평가할 데이터를 미국 측에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자동차 관세율의 경우 한국은 12.5%를 주장했으나 미국은 모든 국가에 적용하는 '15% 일괄관세'를 고수했다. 김 실장은 "일본이 기존 관세 2.5%를 더해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 관세를 적용받던 한국은 12.5%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서도 "미국 측의 (15% 고수) 의지가 완강했다"고 설명했다.

철강·알루미늄에 매기는 품목관세 50%는 애초에 트럼프 대통령의 '레드라인'(협상 불가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성혁 대통령실 산업비서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고, 파생상품 관세도 철강·알루미늄 비중에 따라 부과된다"고 했다.

비관세 장벽에 해당하는 농산물 검역 절차, 자동차 안전 기준 문제는 미국과 추가 협상해야 할 부분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과채류와 관련한 한국 검역 절차를 문의하며 관심을 나타냈다"며 "검역 절차 개선과 자동차 안전 기준 등을 포함해 기술적 사항에 대해 미국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하지은 기자/워싱턴=박신영 특파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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