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아베노믹스 시즌2 예고…8개월 만에 엔화 152엔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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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 다카이치 총재의 재정 확장금융 완화 정책 예고에 따라 일본 증시가 급등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다카이치 총재 취임 이후 방위산업주를 중심으로 닛케이지수가 상승했고, 연내 50,000선 돌파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 아베노믹스 시즌2 추진에 따른 물가상승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일본 '다카이치 효과'…증시 급등·엔화 급락

이달 중순 첫 여성총리 취임

재정 확장·금융 완화 예고

역외시장 원·달러 24원 급등

잇따른 선거 패배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일본 집권 자민당의 선택은 강경 보수 성향의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64·사진)였다. 지난 4일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다카이치 총재는 이달 중순 의회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사상 최초의 여성 일본 총리로 취임할 전망이다. 재정 확장과 금융 완화로 '아베노믹스 시즌2'를 예고한 다카이치 등장에 일본 증시는 급등하고, 엔화는 추락했다.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뒤 일본 증시는 연일 '불장'이다. 선거 후 첫 영업일인 6일 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4.75%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47,000을 돌파했고, 7일에는 0.01% 오른 47,950에 마감하며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8일은 0.45% 하락하며 숨 고르기를 했지만, 증권업계는 닛케이지수가 연내 50,0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은 급등(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6일에는 약 2개월 만에 달러당 150엔을 넘었고, 이날은 약 8개월 만에 152엔마저 돌파했다.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자 엔 매도세가 확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8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이 한때 1422원37전까지 상승했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원5전)를 고려하면 지난 주말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 종가(1400원)보다 24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외교·안보 정책에서 '매파'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재가 이달 중순 일본 총리에 오르게 되면서 한·일 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책임있는 적극재정" 강조…공적 투자 앞세워 방위력 강화

미쓰비시重·IHI 등 방산주 급등…연내 닛케이 5만선 돌파 전망도

"다카이치 트레이드가 돌아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가 취임한 이후 일본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움직임에 대한 평가다. 재정 확장과 금융 완화 등 '아베노믹스'를 계승하는 다카이치 총재가 이달 중순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주가는 급등하고 엔화는 급락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아베노믹스 시즌2'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데다 재정 악화 우려에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매수, 엔화 매도' 바람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닛케이지수는 급등하고 엔화 가치는 급락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당시 아베노믹스 계승을 내세운 다카이치 후보가 이시바 시게루 후보(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될 것이란 예상이 시장에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였다. 그러나 이시바가 당선돼 주가는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올랐다. 이번 총재 선거를 앞두고 재정 건전화와 금융 정상화에 무게를 싣는 고이즈미 신지로 후보의 우세를 예상한 시장에선 다카이치 트레이드 바람이 불지 않았다.

지난 4일 다카이치의 총재 당선 후 '주식 매수, 엔화 매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게 시장 평가다. 그는 이번 선거 공약에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우며 대담한 공적 투자를 약속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방위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위산업주가 닛케이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IHI 등이 대표적이다. 기구치 마사토시 미즈호증권 수석주식전략가는 47,000대인 닛케이지수가 연내 50,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통화정책에서 금융 완화를 지향하는 '비둘기파'로 간주된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고 일본은행 총재 해임권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이 약 8개월 만에 달러당 152엔을 넘어서며 다시 엔저로 돌아선 배경이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추진된 아베노믹스는 인플레이션 시대엔 맞지 않는 정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가만 자극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재가 적자 국채 발행까지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국채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최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695%를 기록하며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정 악화 우려가 확산한 것이다.

이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1420원대로 치솟았다. 지난 주말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현물환 종가(1400원)와 비교하면 20원 넘게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는 엔화의 '프락시(대리) 통화'로 여겨져 엔화 약세 흐름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아소 눈치, 트럼프 불만' 변수

시장에선 다카이치 시대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는 아소 다로 전 총리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재무상을 지낸 아소는 '재정 규율론자'로 평가된다. 다카이치 총재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킹메이커'로 떠오른 아소 전 총리가 재정 확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엔화 가치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가 일본의 수출 확대를 위해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한 다카이치 총재의 행보도 주목된다. 그는 당선 뒤 기자회견에서 "우선 일·미 동맹 강화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미·한이 협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선거 전 토론회에선 "일본과 한국은 문화적으로 교류가 활발하고 경제적으로 조선 등에서 경쟁하지만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 러시아 북한이 밀착하는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력하며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17~19일 추계 예대제 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보류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한·중과의 외교 문제화를 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이광식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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