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도부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안에 대해 '조건부 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의 뜻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복수의 국회 조세소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조세소위에서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안을 조세소위에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금투세는 여야가 검토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인데, 법 시행을 한 달 반 앞두고 투자자들이 금투세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며 시행을 2년 유예하겠다고 한다"며 "이런 논의 자체에 나는 분노한다. 정부는 국회를 뭘로 보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 2년 유예가 필요한 근거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5만명의 주식 투자자가 국회에 금투세를 유예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고 있으며 △전산 시스템 구축에도 미비한 부분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청원의 대표성을 의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서 상금 2500만원을 걸고 금투세 유예 청원에 동의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는 슈퍼개미가 뒷돈을 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슈퍼개미들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일부 청원을 주도하는 분들 외에 누가 그렇게 얘기를 하느냐. 1400만명 투자자라고 하지만 그 실체도 모호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슈퍼개미는 주식 자산으로 30억원 이상을 굴리는 사람들인데, 지금 기재부는 이 사람들 편을 들고 있는 것"이라며 "세금 내기 싫은 사람들이 돈까지 걸고 조세 저항 운동을 벌이면, 정부는 거기에 대해 똑바른 정보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여야 지도부간 합의는 다 필요 없다. 우리 조세소위에서 이것은 통과 못 시킨다"고 했다. 앞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이 안에 대한 의견을 다 듣되 최종적으로는 양당 간사 또는 양당 원내지도부 테이블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데 대한 답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어떤 분들은 슈퍼개미와 그냥 개미가 별개의 생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볼 때 증시라는 것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며 "슈퍼개미한테 징벌적으로 세금을 많이 매기면 속으로는 고소해할지 몰라도, 결국은 본인들에게 손해가 오기 때문에 5만명이 넘는 분들이 청원을 했다고 생각한다. 금투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증시가 폭락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증권사와 은행 등에서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금투세 도입 유예의 근거로 제시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은행연합회 제출 자료를 보면 정상 추진 가능한 회사가 10곳, 시스템 구축에 애로사항이 있는 곳이 6곳으로 절반 정도가 시스템 구축이 힘든 상황"이라며 "관련 업계에서도 2년 정도 유예해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동근 민주당 기재위 간사는 "금융투자협회가 기재부가 무서워서 얘기를 못할 뿐이지,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게 되면 증권사들은 100억원씩 매몰 비용이 되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모두 시행하기를 원한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도 "(증권사들은) 시스템을 갖추는데 100억원씩 들어갔는데, 그 회사들은 2년 유예하면 이 시스템 자체를 못 쓰게 된다고 한다. 정부가 이를 물어줄거냐"고 덧붙였다.
그러자 조세소위 위원장인 류성걸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는 "시스템이 되려면 금융기관이 전부 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파생상품을 포함해 수천개의 금융상품이 있는데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연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일정한 조건을 받아들이면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제안한 상황이다. 조건은 두 가지였다. 증권거래세율을 0.23%에서 0.20%로 낮추기로 한 것을 0.15%까지 더 낮추고, 현행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기로 한 것을 백지화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민주당이 제시한 협상안에 사실상 거부의 뜻을 밝혔다.
신 의원은 "이렇게까지 양보했는데 왜 이 조건을 못 받겠다고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럼 저는 이 문제와 관련해 그대로 (내년 시행으로) 가는 거다. 방법이 없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현행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완화하는 문제는 조금 더 고민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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