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보유량 글로벌 3, 4위인 비트파이넥스와 후오비도 최근 파산한 미국 FTX처럼 대규모 '자기 발행 코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거래소가 보유 중인 전체 암호화폐 가운데 자기 발행 코인 비중만 각각 57.4%, 40%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FTX는 자기 발행 코인인 FTT의 가치를 자전거래로 부풀렸다가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이처럼 자기 발행 코인은 불투명한 유통 과정과 시세 조종 가능성 때문에 코인업계 최대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5일 암호화폐 데이터 회사인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후오비가 보유한 암호화폐 32억달러어치 가운데 자기 발행 코인인 HT 비중은 12억달러(40.0%)로 집계됐다. 전날인 24일 26.4%에서 급상승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인 USDT는 21.58%, 비트코인은 14.3%에 그쳤다. 홍콩계 암호화폐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도 전체 암호화폐 보유량의 57.4%(27억달러어치)를 LEO로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발행 코인은 FTX 사례에서 보듯 거래소가 가치를 부풀려 영업 부실을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FTX는 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에 헐값에 FTT를 팔고, 알라메다리서치가 FTT를 담보로 대출받아 다시 FTT를 사들이는 자전 거래를 일삼았다. 이를 통해 FTT 가치가 높아지자 FTX의 재무 상태는 양호한 것처럼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금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 대부분이 FTT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바이낸스가 FTT 대량 매도에 나섰고 FTX는 곧바로 붕괴했다. 비트파이넥스와 후오비도 실제 재무 상태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취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위인 바이낸스조차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BUSD 비중이 33.61%(215억달러)에 달한다. 다만 BUSD는 바이낸스가 매달 뱅크런에 대비한 지급준비금 내역을 공개하고 있어 HT와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다. 바이낸스는 BUSD 외에도 BNB라는 자기 발행 코인을 11.54%(73억달러) 보유하고 있다. BNB는 BUSD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아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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