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하회했음에도 뉴욕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4일 국내 증시는 미 증시와 약달러의 영향으로 강보합 출발이 예상된다. 이후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관련주들 내에서 차별화된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증시가 3월 PMI 둔화에도 견조한 모습을 보인 점은 한국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우지수 강세의 주요 원인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에너지 업종 강세였다는 점에서 영향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가속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자 미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장 후반 하락폭을 축소하거나 상승 전환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며 "경기 침체시기에 견고한 재무제표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로 쏠림 현상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감안 한국 증시에서도 대형주 중심으로 견조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코스피지수는 0.3% 내외 상승 출발이 예상된다"고 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테슬라의 급락은 국내 2차전지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며 "3월 가장 좋았던 2차전지, 반도체 소부장이 조금 조정을 받는다면 유가 상승 및 가격 매력이 커진 조선, 건설, 기계 등 기자재 관련주가 단기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80달러대인 국제유가가 올해 하반기 이후 90달러 이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는 이상 이번 산유국 감산 결정이 인플레이션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낮다"며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변동성 확대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 증시의 하방 경직성, 연말까지의 우상향 추세 등 기존의 경로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시는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발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소화하는 한편, 미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3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지수는 327.00포인트(0.98%) 상승한 33601.15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지수는 15.20포인트(0.37%) 상승한 4124.51에,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2.45포인트(0.27%) 하락한 12189.45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오르면서 뉴욕증시에서 에너지 관련주들이 호조를 보였다. 셰브론은 주가가 4% 이상 올랐고, 엑슨모빌 주가는 5.9%대 급등했다.
전기차 관련 종목들도 눈길을 끌었다. 테슬라 주가는 6% 이상 내렸다. 테슬라의 지난 1분기 차량 인도량이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예상을 소폭 하회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리비안 오토모니브 역시 주가가 1% 이상 내렸다. 리비안은 전분기보다 인도량과 생산이 모두 줄어들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욱 커졌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경로가 더 높은 수준에서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OPEC의 이번 결정은 놀라운 일이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따라잡기 어렵지만 일부가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연준의 일을 좀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ISM은 3월 PMI가 46.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거의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부진한 경제 지표는 경기 침체 우려를 다시 자극하며 주가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 분석가는 "산유국들의 자발적인 감산에 따른 올해 남은 기간 유가 상승 전망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대한 매파적 입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 지수 별로 보면 에너지 지수가 4% 이상 급격히 올랐다. 헬스, 소재, 통신 관련 지수도 상승했다. 반면 임의 소비재와 부동산, 유틸리티 관련 지수는 하락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4% 초반대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으로 둔화했다. 석유류가 두 달째 하락하고 가공식품의 상승세도 둔화했지만, 채소류 등 농산물은 오름세를 키웠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낮은 것으로 작년 3월(4.1%)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물가 상승세는 작년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가파르게 치솟은 뒤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작년 10월(5.7%)과 올해 1월(5.2%)에는 공공요금 인상에 상승 폭을 전월보다 확대했으나, 최근 두 달 새 1%포인트 낮아졌다.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데에는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4.2% 내리며 2월에 이어 두 달째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0년 11월(-14.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가공식품은 9.1% 올라 여전히 상승률이 높았지만, 전월(10.4%)보다는 오름세가 둔화했다. 이러한 영향에 공업제품은 2월 5.1%에서 3월 2.9%로 상승률이 낮아졌다.
반면 농축수산물은 3.0% 올라 전월(1.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농산물이 4.7% 올랐다. 특히 채소류 가격이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13.8% 올랐다. 축산물은 1.5% 내려 전월(-2.0%)에 이어 하락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수산물은 7.3%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8.4% 올라 전월(28.4%)에 이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이어갔다. 개인서비스는 5.8% 올라 전월(5.7%)보다 상승 폭을 높였다. 외식이 7.4%로 전월(7.5%)보다 둔화했지만 외식외 개인서비스가 4.6%로 전월(4.4%)보다 상승 폭을 키운 영향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8%)과 상승률이 같았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4% 올라 전월(5.5%)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하반기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보이며, 작년 상반기에 많이 상승한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공공요금 인상 요인과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서비스 부문의 오름세가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해서 여러 불확실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제조업 기업 4곳 중 1곳, 서비스업 기업 3곳 중 1곳은 이익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KIS 밸류서치 자료를 활용,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제조업 조사 대상 1542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18개(27.1%)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이는 2021년 말 263개(17.1%)와 비교하면 155개, 10%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한계기업은 영업 활동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재무적 곤경 상태가 지속되는 기업이다.
이번 분석에서 예산정책처는 2019년부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을 초과하지 않는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정의하고 2021년 말과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각각 산출했다. 제조업 중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계기업이 가장 많은 업종은 기계·전기·전자로 197개에 달했다. 2021년 말(116개)과 비교하면 81개가 늘어났다. 석유화학에서 31개(83→114개), 운송장비에서 14개(25→39개)가 늘어나는 등 한계기업 증가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업의 경우 조사대상 814개 중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31.4%인 252개가 한계기업으로 추정됐다. 전년 말 기준 191개(23.5%)와 비교하면 61개, 7.9%포인트 늘어났다. 업종 별로는 영상출판정보통신이 23개(55→78개), 도소매가 12개(48→60개) 증가했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한계기업 증가 원인으로 최근의 금리인상 영향을 꼽았다. 대출금리 인상은 민간 소비 부진,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기업 생산활동을 감소시키고,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지난 2월에 전체적인 카드 소비가 늘었지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카드 평균 지출액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선불카드를 합친 전체 카드의 평균 승인액은 4만3857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 줄었다.
전체 카드 중 신용카드의 지난 2월 평균 승인액은 5만5267원, 체크카드는 2만4654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각각 3.1%와 0.4% 감소했다. 카드 유형별로 보면 개인카드는 지난 2월 평균 승인액이 3만8553원으로 0.8% 줄었다. 법인카드는 12만8106원으로 9.5%나 급감했다.
반면 지난 2월 전체 카드 승인 실적을 보면 승인 건수는 20억건, 승인액은 87조50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월 대비 15.8%, 13.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운수업의 카드 승인액이 1조47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9.2% 급증했고 숙박·음식점업은 11조6100억원으로 48.7%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많은 사람이 대외 활동을 개시함에 따라 카드 자체를 많이 쓰면서 전체 카드 승인액은 늘었지만, 고금리 등 대내외 악재로 개인별 돈 씀씀이는 줄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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