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먼저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 돌려 넣었다.
지난 2019년 일본 측의 일방적 수출 규제에 맞대응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지 3년여 만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키는 내용의 개정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관보에 실어 공포했다.
이번 조정으로 한국 측 전략물자 수출 대상 최상위 그룹인 '가의 1'과 일본 혼자 속했던 바로 아래 그룹인 '가의 2'가 '가' 하나로 통합된다.
'가' 그룹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모두 29개국이 포함된다. 국내 기업이 이들 국가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려고 할 때는 허가 심사 기간 단축과 신청 서류 간소화 등 혜택이 주어진다.
이로써 국내 기업이 향후 일본에 전략물자 수출을 신청할 때 심사 시간이 기존 15일에서 5일로 단축된다. 또 개별 수출 허가의 경우 신청 서류도 기존 5종류에서 3종류로 준다.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먼저 복귀시킴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진 양국 간 수출 규제 갈등이 일단락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대립하던 양국 관계는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으로 회복의 전기가 마련됐다. 정상회담 직후 일본은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해제했고,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
이제 일본이 한국을 자국의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에 돌려놓는 일만 남았다.
정상회담 후 한일 양국이 이 문제 협의를 위한 국장급 대화를 이어가고 있어 조만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귀 조치가 예상된다.
다만 담당 부처인 산업부 고시만 거치면 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범정부 회의인 각의에서 결정해야 하는 등 절차에 차이가 있어 최종 결정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통해 러시아와 벨라루스 대상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건설기계, 철강·화학제품 등 741개 품목의 러시아·벨라루스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존 수출통제 대상인 전자, 조선 등 57개 품목에 더해 두 나라 대상 수출통제 품목은 모두 798개로 대폭 늘어났다.
무기 전용 가능성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통제 강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진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수출통제 확대 공조 차원에서 이뤄졌다.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그룹(NSG) 등 4대 국제수출통제 체제의 최근 품목 조정 사항도 반영됐다.
추가된 대러 수출통제 품목에는 스마트폰, 컴퓨터 등 다양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D램 메모리와 반도체 장치, 기타 전자집적 회로 등 다양한 반도체 제품이 포함됐다.
아울러 양자컴퓨터 및 관련 부품, 5만달러(약 6천500만원)가 넘는 완성차, 공작기계, 베어링, 열교환기 등 석유·가스 정제 장비, 스테인리스를 포함한 철강 제품, 톨루엔 등 일부 화학제품의 러시아·벨라루스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러시아·벨라루스 대상 수출통제 강화는 오는 28일부터 적용된다.
이후 관련 품목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기 계약분 수출과 100% 자회사를 대상으로 한 수출 등 조건에 맞는 경우에만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가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제3국을 우회해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유입되는 일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 및 집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조시형 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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