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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줘도 안 산다"…헐값에 나온 美 은행 안 팔리는 이유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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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리퍼블릭 인수자가 없다
"공짜로 줘도 300억弗 더 들어"


헐값에도 사겠다는 곳 없어
"구제 나섰다 리스크 떠안을라"
정부·대형은행도 서로 눈치만

미국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몸값은 낮아졌는데 자칫 인수했다가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리스크(위험) 때문에 인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위기에 놓인 퍼스트리퍼블릭의 운명은 미국 규제당국과 대형 은행 간 '눈치게임'이 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올해 들어 27일(현지시간)까지 약 95%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10억달러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정부 개입이 없다면 인수자를 찾거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 1분기 1000억달러(약 134조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은행 측은 장기주택담보대출과 증권을 포함해 500억~1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몸값이 낮아졌음에도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수 자금보다 훨씬 큰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Larry Zhou / Shutterstock.com
퍼스트리퍼블릭 보유 자산에 대한 평가손실은 정확히 책정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의 부동산 담보 대출 시장 가치가 장부상 가치보다 약 190억달러 낮아졌다고 전했다. 미국 장기 국채 등 만기 보유 증권의 미실현 평가손실도 48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데이비드 스미스 오토노머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공짜로 은행을 매입하더라도 300억달러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규제당국은 퍼스트리퍼블릭 위기가 재부각된 이후 현재까지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이 은행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예치한 대형 은행들이 다시 한번 지원에 나설지 지켜보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형 은행들은 이를 주저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필요하다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퍼스트리퍼블릭 자산을 인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관련 소식통은 "(해결 방안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연방 정부가 단독으로 혹은 민간 투자자들과 함께 개입하는 것"이며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개입하는 다양한 구조 조정 방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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