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이 주는 '안정감'…시장 발전 초석
'아직 성에 안 찬다'…보안·개선 요구
돈 이모저모 쩐널리즘 '가상자산편'
가상자산 시장이 무법 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발을 뗐다.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법안소위)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19건인데, 이를 통합해 조정한 대안을 만들었다. 해당 법들이 나온 지 1년 10개월 만이다.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질 때 마다 법안이 발의됐지만, 입법은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리다 지난 달 처음으로 소위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급 물살을 타게 됐다. 가상자산법은 향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을 거쳐 입법될 예정이다.
▶ '처음' 의미 있다…투자자 보호에 방점
가상자산 법안이 만들어진 게 최초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 규제 공백이라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이번 법안은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방지에 중점을 뒀다. 투자자 보호 관련해서는 코인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인 지닥(GDAC)의 해킹으로 부각된 핫월렛과 콜드월렛 분리 예치가 눈에 띈다. 사업자가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가상자산 종류, 수량, 주소, 성명 등이 담긴 명부를 작성하고 이들 자산을 서로 분리해 보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일정 비율 이상의 가상자산은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해야 한다. ( 참고 기사 : 핫이거나 콜드거나…'이것'이 해킹 희비 갈랐다 [이민재의 쩐널리즘] )
또 거래 기록은 추적, 오류 수정 등을 위해 15년간 남겨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해킹 등에 따른 자산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사업자가 준비금을 적립하고 보험, 공제 등에 가입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방지와 관련해서는 사업자들이 특수관계인 또는 자기 발행 코인을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회피한 손실액의 2배 내지 50억원 이하 과징금, 벌칙을 부과하는 것 등이 담겼다.
▶ 제도권이 주는 '안정감'…시장 발전 초석
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번 법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페이코인 상장폐지 등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바 있다. 주춤거리는 금리 인상 기조로 비트코인 등 시세가 반등하는 것에 더해 법제화가 훈풍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이번 법안이 1단계라는 점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 관련 2단계 법안을 계획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2단계 법안을 위해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 가상자산 유통량 및 발행량에 대한 기준, 공시 및 내부 통제 관련 대책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는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가 다음 달 16일 유럽 이사회 투표를 거쳐 확정되면 국내 가상자산 법이 국제 정합성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빗썸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 규제의 문제점으로 거론됐던 것이 규제 불명확성인데 미카로 인해 규제 명확성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카 통과 소식이 나오자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환영의 뜻을 공식적으로 전했다"고 설명했다.
▶ '아직 성에 안 찬다'…보안·개선 요구도
다만, 국내 가상자산법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지난 28일 블록체인법학회와 바이낸스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현재 (국회 정무위 소위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면서도 "이대로 라면 미래 디지털 경제 시대에 우리의 암호화 자산 결제 서비스를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중에 디지털자산 지급결제도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타국의 서비스에 종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변호사는 "(가산자산사업자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를 받으려고 해도 1사 1은행 원칙에 따라 발급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부분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가상자산 판결이 만개 정도 되는데, 분쟁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법이 애매한 경우가 많아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어떻게 명확하게 할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으로 기존 금융권과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진창호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는 "당국이 전통 금융업계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과거) JP모간 등 금융기관이 발행, 유통 기업에 투자했다면 지금은 실제 거래소를 준비하는 등 흐름이 변했다"고 진단했다.
이민재기자 tobemj@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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