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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아님 안도랠리'…올해 잭슨홀 회의 내용은 이렇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기사출처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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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이 '차이나 리스크' 감안할까 / 美주간 증시전망
엔비디이와 한·중 금리 결정 주목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통화정책의 98%는 말이고 2%가 실행"이라고 했습니다. 이 명제를 가장 잘 지키고 있는 의장은 버냉키 전 의장이라기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입니다.


기자회견 수도 배로 늘렸고 기자회견 시간도 역대 그 어느 의장보다 깁니다. 질의응답에서도 변호사 출신다운 면모를 보입니다. 경제학자나 관료 출신들과 달리 본인만의 논리로 요리조리 잘 피해갑니다.


그리고 나름 균형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정책 결정문이 매파적이면 기자회견에서 비둘기 색채를 띱니다. 반대로 결정문이 비둘기에 가까우면 회견 발언을 강하게 합니다. 그리고 결정문 발표 후 증시가 크게 뛰면 기자회견에서 이를 바로잡습니다. 반대 상황이면 그에 맞게 행동합니다. 파월을 기름장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올해 잭슨홀 회의는 24일(현지시간)부터 26일 열립니다. 여러 행사가 있지만 관심은 파월 의장의 연설입니다. 잭슨홀이 있는 와이오밍주 시간으로 25일 오전 8시5분이며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전 10시5분입니다.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11시 5분입니다.


지난해 8월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강성 매파로 돌변했습니다. 9분도 안되는 시간에 카운터 펀치를 여러번 날렸습니다. 그리고 질의응답 하나 받지 않고 연단에서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요동치길 바라며 작정하고 연달아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정책대응 계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이 지연될수록 인플레가 고착화되기 때문에 인플레를 통제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00bp(1bp=0.01%포인트) 올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공포에 떨게 한 발언은 "언젠가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겠지만 가계와 기업도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점잖게 말했지만 한 마디로 "어금니 꽉 깨물고 맞을 각오해라"였습니다.


지금와서 이 얘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미국의 기업과 가계는 고금리 고통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미국 밖에서 겪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과 가계가 아닌 다른 나라의 기업과 가계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위기가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 미국 인플레이션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가계와 기업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내려오면 실업률도 올라가 미국 가계와 기업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았고 그 전에 미국 밖에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책 발표회장이었던 잭슨홀 회의


2021년 이전의 잭슨홀 회의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현재와 상황이 판이했기 때문입니다. 긴축 이전의 시기였고 파월 의장과는 비교할 없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이전의 정책노선을 재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잭슨홀 회의는 Fed의 새로운 정책이나 기조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2021년 8월 잭슨홀 회의는 역사적 오판의 현장이었습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를 과소평가하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물가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PCE)물가는 3 개월 연속 4%를 상회하고 근원 PCE물가도 4개월 연속 3%를 상회하던 때입니다.


파월 의장은 그래도 물가상승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균 2%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래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테이퍼링은 그 다음해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테이퍼링을 넘어 금리인상까지 했다면 현재 상황은 달라졌을 지 모릅니다. 인플레에 대한 과소평가와 너무 늦은 금리 인상에 대한 반성이 지난해 잭슨홀 회의로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2020년 8월 잭슨홀 회의에선 파월 의장은 평균 물가목표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가상승률이 평균 2%가 넘어야 금리를 올리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물가가 한 두번 2% 위로 올라간다고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저금리 시대 초장기화'를 공식화한 것입니다.


그 토대는 이미 직전 Fed 의장이던 재닛 열런 현 재무 장관은 마련했습다. 옐런 전 의장은 2016년에 훼손된 경제 활동을 복구하려면 어느 정도의 과열은 용인해야 한다는 '고압 경제'를 주창했습니다.


'잭슨홀' 아닌 '트럼프홀'

2019년 잭슨홀 회의는 한 마디로 '트럼프홀' 회의였습니다.


파월 의장은 그해 잭슨홀 회의에서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전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버티던 때입니다. 그래서 잭슨홀 회의에선 금리인하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볼 때 우리 경제는 목표에 가깝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과제는 경제 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정책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장 영향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기억이 너무 강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파월 의장 가운데 누가 우리의 더 큰 적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잭슨홀에서 무슨 말을 했든 트럼프홀이 모든 걸 압도하는 블랙홀이었습니다. 결국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걸 더 염려하게 됐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파월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의장으로서 5차례 잭슨홀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Fed 이사가 된 2012년부터 무려 11회 잭슨홀 회의를 경험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셈입니다.


잭슨홀 회의가 무색무취하던 때도 있었고 허리케인 같던 때도 있었습니다. 정치에 휘둘리던 시기도 있었고 본인의 소신을 과도하게 표출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시장을 뒤흔들기도 했고 시장에 영향을 최소화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은 어떨까요. 일단 트럼프 치세였던 2018년과 2019년보다는 자유롭습니다. 물론 앨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 같은 민주당 진보파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도 Fed의 긴축과 어울리지 않는 확장재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선 자유롭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이 Fed를 믿지 않던 지난해와도 상황은 다릅니다. 긴축을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Fed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중국 리스크와 기대 이상의 미국발 경기과열로 다시 '금리 발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 지난해와 비슷한 강도의 매파적 발언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되기 때문에 쉽사리 피벗같은 정책전환 힌트를 줄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내에서도 이번 잭슨홀 회의에 대한 전망이 제각각입니다.


잭슨홀 리스크 덮을 호재는

잭슨홀 회의 외에도 여러 이벤트가 있습니다. 우선 이틀 전인 23일에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의 대명사가 된 회사입니다. 지난 분기에 이어 AI 서프라이즈가 있을 지가 관심입니다.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때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AI 붐을 일으켰습니다. 주가도 며칠 만에 30% 올랐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중국발 금리쇼크로 한 달 간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실적으로 금리 쇼크를 이겨낼 지가 관전포인트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금리 결정도 있습니다. 시장에선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있는 한국은 5연속 동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번주엔 엔비디아발 호재가 나올지와 중국발 리스크가 잠잠해질 수 있을 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주 후반에 잭슨홀 회의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 지가 시장 안정 여부를 결정할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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