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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끈질긴 이유...주거비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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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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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I 산출서 비중 가장 큰 주거비 2월에 연 5.7% 상승

주택구매붐 사라져도 소유자등가임대료 안내려

주거비가 줄기 전에는 2% 물가 진입 난망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근교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시에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정인설 특파원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근교 버지니아주 폴스처치시에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정인설 특파원

12일(현지시간) 미노동부가 발표한 2월 CPI는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기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월에 3.1%로 올라서 시장을 놀라게 했던 헤드라인 물가가 2월에는 3.2%로 좀 더 높아졌다. 핵심물가는 1월의 3.9%에서 3.8%로 0.1%p 낮아졌지만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3.7% 보다는 높다

블룸버그와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끈질긴 이유는 근본적으로 여전히 강한 미국 경제와 강력한 고용시장이 꼽히지만 최근에는 높아진 주거 비용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가계와 정부 지출에 힘입어 2023년 하반기에 성장이 가속화된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들어 제조업지수까지 회복되는 등 GDP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고치보다는 냉각됐다 해도 여전히 고용 증가는 팬데믹 이전보다 강력하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은 것도 문제다. 2023년 내내 실제 인플레이션이 냉각됐음에도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각종 지표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준다.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 시장 점유율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반대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 높아질 인건비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같은 메커니즘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이 2%대로 낮아지기 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주거비용이 인플레이션 압력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측정에는 ‘소유자 등가 임대료(OER)’ 요소가 포함돼있다. 이 지표는 주택 소유자가 시장에서 자신의 주택을 임대하기 위해 지불할 임대 가치를 뜻한다. 소비자의 지출에서 임대료 비중이 큰 만큼 전체 CPI 산출에서 개별 요소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팬데믹 기간중의 주택 구매붐이 높아진 모기지 금리로 사실상 종식됐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따라 OER이 크게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하락과 연착륙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OER은 주택 구매붐이 끝났음에도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것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거비용의 인플레이션이 팬데믹 이전 수준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면서 전체 물가에 대한 상승 압력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2월에도 주거비는 0.4% 상승했고 연율로는 5.7%나 올랐다.

지난 1월에 시장을 놀라게 한 소비자물가의 급등도 CPI의 최대 구성 요소인 소유주 등가 임대료가 0.6%나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나중에 노동통계국은 OER의 급등이 인플레이션 산출 방식의 일부 변화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2023년 후반에만 해도 금융 시장과 경제학자들은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까지 떨어지는 낙관적 시나리오를 예상해왔다. 정책 입안자와 대중 모두의 우려사항이었던 인플레이션이 2023년 내내 크게 감소했고 특히 핵심 지표인 개인 소비 지출(PCE) 물가 지수가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시장과 소비 지출이 현재 같은 상황을 유지하고, 물가 산출에서 가장 큰 요소인 주거 비용이 당분간 내리기 어렵다면 당분간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 물가 진입은 어려워보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OER과 기본 임대료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서서히 하락해 전체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는 현재의 5.7%에서 4%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마켓워치도 현재까지는 올해 연착륙이 가장 높은 가능성이라는데 변함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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