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들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미국 달러의 국제적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 관세 인상 자체보다 정책 불확실성,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 등이 달러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 현 시점에서 미국 자산의 대규모 유출 가능성은 낮지만, 투자자들은 달러 약세 위험에 대비해 헤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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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은 미국이 누리고 있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이점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습니다."(올레그 잇쇼키 미국 하버드대 교수)
3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에서 사흘 일정으로 시작한 전미경제학회(AEA) 2026 연차총회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의 화두는 단연코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분석하고 그것이 경제정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세션이 줄을 이었다. '정통' 경제학자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의식한 듯, 어떻게 경제학이 실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논하는 자리도 적지 않았다.
첫날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션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참석한 '관세 전쟁 이후의 달러'였다. 2022년 존베이츠클라크 메달을 수상했으며 최근 국제금융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잇쇼키 교수가 첫 발표자로 나섰다. 잇쇼키 교수는 미국적인 무역 적자가 심각한 나라가 이런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관해 수학적인 모델링을 통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통념이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최적 관세율이 오히려 너무 높지 않은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달러 표시 대외 부채(국경 외 자산)가 막대하기 때문에 관세 정책으로 인해 달러가치가 상승할 경우 부채비용의 증가로 인한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그의 논지다. 높은 관세율을 유지할 경우에는 무역적자를 줄일 수는 있지만 이조차 제조업 활성화의 결과가 아니라 부채부담 증가로 인해 '미국이 가난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관세 이전에는 미국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무역 전쟁에 대한 보험 역할을 했겠지만, 관세 이후에는 그 포지션을 줄이려는 수요가 생긴다"면서 "미국의 무역 적자 유지 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커졌던 '해방의 날'에 달러 가치가 급락한 점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뒤따랐다. 잇쇼키 교수는 "투자자들이 위기 때는 달러가 항상 강세라고 믿었으나, 지난해 4월2일에는 달러가 약세로 갔다"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미국 달러 자산을 살 때 '달러 약세의 위험'을 헤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뒤이어 발표자로 나선 세브넴 칼렘리 외즈칸 브라운대 교수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미국 달러의 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관세를 올리는 행위 자체는 달러 강세의 요인이어야 한다면서 "트럼프 1기 정부 때(2018년)처럼 지난해에도 달러가 절상되어야 했는데, 지난해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면서 "앞으로 관세 정책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외즈칸 교수의 토론자로 나선 린다 테사 미시건대 교수도 "관세 부과시에는 자국재 수요가 늘고, 해당 통화가치 절상이 나타난다는 증거가 많다"면서 "여기에 미국은 위기 시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 강세가 더해지곤 하는데, 왜 약세로 갔는지를 봐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불확실성 효과가 관세 부과로 인한 절상 압력을 이길 정도로 컸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테사 교수는 "단순히 관세만 봐서는 안 된다"면서 "마러라고 협정이 실행될 위험, 미국 중앙은행(Fed) 독립성에 대한 위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공공부채 증가, 동맹 붕괴 등 다양한 요인이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세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짚었다. 트럼프 정부가 처음 주장했던 30% 수준의 명목 관세율이 실제로 유지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외즈칸 교수는 "관세가 작으면 영향도 작다"면서 "10% 수준의 관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경제학자들은 미국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미국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 자산 엑소더스(대탈출)'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즈칸 교수는 "달러의 약세는 "미국 자산을 파는 것이라기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헤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서구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엑소더스'가 일어날 필요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잇쇼키 교수도 "현재 데이터는 미국 자산에 대한 디레버리징을 시사하지 않고, (디레버리징이 있다 해도) 그 과정은 매우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의 발표 주제는 원래 스테이블 코인이었으나 그는 이를 넘어서 트럼프 정부 정책 전반이 달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광범위하게 논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이 미 국채 수요를 자극해 달러가치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라면서 이런 코인들이 19세기 미국처럼 '자유 은행 시대'를 불러오고 금융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를 위협하는 것은 관세보다 '법치주의의 훼손'과 '부패'"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독립성 약화와 제도적 신뢰 상실"이 달러의 지위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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