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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면 바보"…중동 리스크·코스피 랠리에 돈 빼는 韓 개미들
간단 요약
-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8거래일 연속 순유출로 비트코인이 7만3000달러 아래로 급락했다고 전했다.
- 국내에서는 코스피 지수 8400선 돌파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등 속에 가상자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며 코인 시장 거래 침체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 일부 온체인 분석에서는 비트코인이 극단적인 -2 표준편차 구간까지 하락해 엄청난 할인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중동 리스크에 7.3만弗 붕괴
美 현물 ETF 8일간 4조원 유출
코스피 폭등할 때 비트코인 32%↓
韓 코인 시장, 자금 이탈 가속화
"비트코인, 극단적 저평가" 분석도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앱 대신 증권사 앱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코스피와 이른바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연일 급등하며 최고점을 경신하는 반면, 믿었던 비트코인은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A씨는 "가지고 있는 코인을 손절하고 지금이라도 코스피에 투자할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국내 가상자산 투자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대거 이탈하는 '자금 블랙홀'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비트코인이 6주 만에 7만3000달러 아래로 주저앉은 반면, 코스피 지수는 8400선을 돌파하는 등 역사적 랠리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관 자금마저 연일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가상자산 시장의 거래 가뭄은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다.
28일 바이낸스 테더(USDT) 마켓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7만3000달러선을 밑돌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은 7만29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시장의 공포 심리를 자극한 핵심 원인은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의 재점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27일(현지시간) 이란 군사 목표물에 대한 직접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미군은 상업 선박을 향해 발사된 이란의 자폭 드론 4기를 격추한 데 이어,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반다르아바스에 위치한 드론 발사 부대를 선제 타격했다. 미국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방어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여전히 휴전 체제를 유지할 의도가 있다며 확전 경계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의 공습 직후 성명을 내고 반다르아바스 외곽 지역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공격에 사용된 미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IRGC는 미국의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더욱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워싱턴은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 고조는 곧바로 국제 유가를 자극하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 시장 전반을 억누르고 있다. 전날 5% 이상 급락했던 국제 유가는 양국의 충돌 격화 소식에 단숨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8달러선을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닉 럭 LVRG리서치 이사는 "지정학적 위험 확대,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 안전자산 선호가 시장에 반영돼 매도세가 발생했다"며 "비트코인은 여전히 고베타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관 자금의 이탈 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같은날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는 총 7억3340만달러(약 1조1066억원) 규모의 대규모 순유출이 발생했다. 8거래일 연속 순유출 기록이다. 이 기간 현물 ETF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26억1373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특히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BIT는 이날 5억278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출시 이후 최대 규모의 일일 순유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악재에 더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전례 없는 활황을 맞은 국내 주식 시장으로 인해 자금 이탈 사태를 겪고 있다. 최근 한국 코스피 지수가 8000 고지를 넘어 단숨에 8400선을 돌파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전고점을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무섭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1년 새 2670.15에서 8400까지 뛰며 약 215% 급등, 지수 기준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10만7781달러에서 7만2900달러까지 밀리며 약 32.4%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부터 21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9조337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13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도 채 안 돼 4배 가까이 폭증한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원화마켓은 극심한 거래 침체를 겪고 있다. 메사리에 따르면 최근 30일 누적 합산 기준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총 거래량은 약 465억9660만달러(약 70조2434억원)로 집계됐다. 이를 일평균 거래대금으로 환산하면 약 15억5322만달러(약 2조3407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코스피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49조3377억원)이 국내 가상자산 5대 거래소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의 약 21배에 달하는 상황이다.
거래소별 수치도 크게 줄어들었다. 더블록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340억2000만달러(약 51조2845억원)였던 업비트의 월 거래량은 올해 5월(27일 기준) 261억달러(약 39조원)로 급감했다. 빗썸 역시 지난해 7월 459억7000만달러(약 69조원)에서 이달 138억6000만달러(약 21조원)로 감소했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원대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4배 뛰는 동안 코인 시장 거래대금은 절반 이하로 토막이 난 것이다.
시장 전반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현재 비트코인 가치가 지나치게 억눌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트와이즈의 비트코인/금 비율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은 시장에 풀린 유동성 대비 비정상적으로 낮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 기고가 가아(Gaah)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정상 궤도를 크게 벗어난 '극단적인 -2 표준편차' 구간까지 추락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법정화폐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에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엄청난 할인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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