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휩쓰는 비관론…다우·S&P, 2년來 최대폭 하락
"인플레가 소비 죽이고 있다"
타깃·월마트 등 유통주 '패닉셀링'
휘발유 값 최고치 … 소비 감소세
연착륙 자신한 옐런, 입장 바꿔
"식량·에너지·원자재값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美 CEO 57% "경기침체 예상"
투자 거물 "S&P 바닥 아직 멀어"
미국의 거대 유통 기업들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각종 비용이 급증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질 것(가처분소득 감소)이라는 우려도 컸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으며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도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죽이고 실물경제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간판 유통주 줄줄이 급락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3.57% 하락한 31,490.07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4.04% 떨어진 3923.68, 나스닥지수는 4.73% 급락한 11,418.1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하락폭은 2020년 6월 후 가장 컸다.
미국 양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타깃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게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타깃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9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3.07달러를 밑돌았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5.3%에 그쳐 1년 전(9.8%)보다 크게 낮아졌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유류비와 물류비, 직원 보상비용 등이 치솟아 예상한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코넬 CEO는 최소 8%였던 타깃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6%로 낮췄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도 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1갤런=3.8L)당 4.5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보다 50%가량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두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타깃 주가는 하루 동안 24.9% 폭락했다. 월마트는 전날 1987년 10월 후 최대폭인 11.4% 떨어진 데 이어 이날 6.8% 추가 하락했다.
○물가 오르자 소비 감소
'유통공룡'인 두 회사의 수익성 악화 배경은 비슷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 감소 우려까지 겹쳐서다. 타깃은 이날 식음료 등 필수소비재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TV 같은 일반 상품 판매는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싼 타깃의 자체상표(PB) 상품을 더 많이 사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4월 소매판매가 0.9% 증가한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이미 소비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파괴’가 확인되면서 아마존(-7.2%) 베스트바이(-10.5%) 메이시스(-10.7%) 달러트리(-14.4%) 등 다른 유통주 주가도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장 초반 연 3%를 넘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내림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7.9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891%로 마감했다.
○미 재무장관도 경기 비관론으로
인플레이션 강도가 강해지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경기 전망의 입장을 바꿨다. 옐런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 중앙은행(Fed)의 빠른 긴축에도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이달 조사에서도 펀드매니저의 72%가 12개월 안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후퇴에 빠질 확률을 종전 5%에서 27%로 크게 올렸다. 비영리 경제조사업체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CEO 중 57%가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제러미 그랜섬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며 "S&P500지수가 전고점에서 20%가량 빠졌는데 최소한 두 배 이상 더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랜섬은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유통기업들의 부진은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상품 가격의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Fed에 희소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인설/뉴욕=김현석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인플레가 소비 죽이고 있다"
타깃·월마트 등 유통주 '패닉셀링'
휘발유 값 최고치 … 소비 감소세
연착륙 자신한 옐런, 입장 바꿔
"식량·에너지·원자재값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美 CEO 57% "경기침체 예상"
투자 거물 "S&P 바닥 아직 멀어"
미국의 거대 유통 기업들이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각종 비용이 급증했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질 것(가처분소득 감소)이라는 우려도 컸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으며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도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를 죽이고 실물경제를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간판 유통주 줄줄이 급락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3.57% 하락한 31,490.07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4.04% 떨어진 3923.68, 나스닥지수는 4.73% 급락한 11,418.15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의 하락폭은 2020년 6월 후 가장 컸다.
미국 양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타깃이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게 대형 악재로 작용했다. 타깃의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주당순이익(EPS)은 2.19달러로 월가 전망치인 3.07달러를 밑돌았다. 1분기 영업이익률도 5.3%에 그쳐 1년 전(9.8%)보다 크게 낮아졌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유류비와 물류비, 직원 보상비용 등이 치솟아 예상한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코넬 CEO는 최소 8%였던 타깃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6%로 낮췄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월마트도 유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1갤런=3.8L)당 4.5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년 전보다 50%가량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은 두 회사 주가는 급락했다. 타깃 주가는 하루 동안 24.9% 폭락했다. 월마트는 전날 1987년 10월 후 최대폭인 11.4% 떨어진 데 이어 이날 6.8% 추가 하락했다.
○물가 오르자 소비 감소
'유통공룡'인 두 회사의 수익성 악화 배경은 비슷했다.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소비 감소 우려까지 겹쳐서다. 타깃은 이날 식음료 등 필수소비재 수요는 여전히 강하지만 TV 같은 일반 상품 판매는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싼 타깃의 자체상표(PB) 상품을 더 많이 사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발표된 4월 소매판매가 0.9% 증가한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이미 소비 감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수요 파괴’가 확인되면서 아마존(-7.2%) 베스트바이(-10.5%) 메이시스(-10.7%) 달러트리(-14.4%) 등 다른 유통주 주가도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주식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장 초반 연 3%를 넘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내림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7.9bp(1bp=0.01%포인트) 하락한 연 2.891%로 마감했다.
○미 재무장관도 경기 비관론으로
인플레이션 강도가 강해지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경기 전망의 입장을 바꿨다. 옐런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옐런 장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 중앙은행(Fed)의 빠른 긴축에도 미국 경제는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이달 조사에서도 펀드매니저의 72%가 12개월 안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후퇴에 빠질 확률을 종전 5%에서 27%로 크게 올렸다. 비영리 경제조사업체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CEO 중 57%가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제러미 그랜섬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며 "S&P500지수가 전고점에서 20%가량 빠졌는데 최소한 두 배 이상 더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랜섬은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유통기업들의 부진은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상품 가격의 상승 압력이 줄어들면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는 Fed에 희소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정인설/뉴욕=김현석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
방금 읽은 기사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