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변동과 위험자산 수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융여건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라 할 수 있는 미 달러의 금리와 통화량에 크게 영향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여건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로 중앙은행은 정책금리의 조정을 통해 장기금리, 신용 가산금리, 주가 그리고 환율에 영향을 미침으로서 전체 금융시장의 여건이 경기를 둔화시키거나 부양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달러를 비롯한 주요 통화의 금리 인하와 통화량 급증은 금융여건을 크게 완화하며 전세계 위험자산의 가격뿐 아니라 총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크게 끌어 올렸다.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병목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을 고집했던 중앙은행 수장들은 치솟는 물가상승세 앞에 오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올 1월 미 연준을 시작으로 주요 중앙은행들은 뒤늦게나마 발빠른 금리인상을 통해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조정하면서 인플레이션 통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된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은 세계금융시장의 금융여건을 급격히 긴축으로 몰아가며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지속적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다. 세계 금융여건은 1분기에는 인플레이션 급등에 따른 긴축정책에 의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서 긴축으로 움직였고, 2분기에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승하고 가산금리가 확대되면서 더욱 긴축으로 움직였다. 경기지표의 변동에 따라 경기침체 리스크가 완화되거나 주가반등이나 금리하락으로 금융여건이 잠시 완화되는 시기는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필자는 지금도 이런 기본적인 시장역학관계가 크게 변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6월부터 자본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한 금리인상 충격에서 연준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급격히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해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급락하며 2년물 금리와 역전되면서 본격적 경기침체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경기민감주들이 하락했고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는 한단계 더 절상됐다. 또한 한때 120달러에 이르던 국제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며 기대인플레이션도 동반 하락했다.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실물경기지표를 휠씬 앞서 경기침체 리스크를 본격 반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7월 들어 시장은 한단계 더 나아가 경기침체 리스크로 인해 미 연준이 올 연말을 기점으로 정책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 시작했다. 금리선물시장은 이미 연준이 올해 말까지 정책금리를 3.3% 수준으로 인상한 이후 2023년에는 0.6%p 인하하는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정책 급선회를 예상하며 주식시장에서는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들이 급반등했고,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했다. 시장은 이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섣부른 낙관론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기금리 하락, 주가반등, 그리고 달러약세는 금융여건을 지속해서 긴축으로 움직이려는 연준의 바램과는 반대로 금융여건을 완화시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은 결국 단기금리인상을 통해 금융여건을 긴축으로 움직여 수요를 억제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는 곧 경기둔화로 이어진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하에서 금융여건이 완화되면 연준은 금리정책에 대한 좀더 매파적 정책기조를 강조해 금융여건을 다시 긴축으로 선회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추세적으로 연준의 목표치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경제지표들이 충분히 뒷받침할 때까지 연준은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 자본시장의 섣부른 낙관론 역시 지속될 수 없다.
7월말 발표된 세계 주요경제지표는 대부분 경기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주요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뒤늦게 나마 공격적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을 고려하면 경기지표 둔화는 이제 겨우 시작으로 생각된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2021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미국 2분기 실질 GDP성장률은 1분기에 이어 또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경제가 2분기에 걸쳐 역성장하며 기술적으로는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7월 FOMC회의 이후 파월의장은 미국경제가 6월에도 30만명이상의 신규고용을 창출했다는 점을 들며 경기가 이미 침체국면에 들어갔다는 의견을 강하게 부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경제지표들이 일제히 둔화세를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오미크론 하위변이로 인한 중국정부의 봉쇄조치 강화로 6월 중국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다시 하락했다는 소식은 국제유가를 급락시키기도 했다.
경제활동지수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유로존과 미국의 근원물가상승률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예상을 웃도는 9.1%와 5.9% 상승한 것으로 발표됐다. 물가지수 구성요소의 42%에서 6개월 평균 상승률이 6%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며 인플레이션이 경제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쉽게 추세가 바뀌지 않는 임대차비용이 더욱 상승하며 인플레이션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인플레이션 실시간지수(Inflation Nowcasting)은 근원물가상승률이 7월 6.05%에 이어 8월 현재에도 6.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자동차를 제외한 일반소매업부문에서 올 상반기 과잉 재고투자가 이루어지고 가계소비가 상품중심에서 서비스소비로 옮겨가면서 하반기부터 내구소비재 가격이 하락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당 부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부문에서의 가격상승과 임금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일부 낙관론자들의 기대만큼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경기는 둔화되는 시그널이 나타난 반면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7월 FOMC회의를 기점으로 특히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들이 의미있게 반등하고, 미 국채 장기금리는 하락하였으며, 달러는 약세로 반전했다. 시장은 왜 7월 FOMC회의 결과를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했을까?
7월 FOMC회의 후 파월의장은 연준의 정책금리가 7월 0.75% 인상으로 연준이 생각하는 2.5%의 중립금리수준에 다다르게 되어 9월부터는 경제지표의 변동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가 완화될 수 있을 것임을 언급했다. 또한, 파월의장은 6월 FOMC회의후 발표된 정책금리 점도표가 앞으로 정책방향에 대한 가이던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말까지 정책금리를 3.375% 수준으로 2023년말까지는 3.75%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파월의장의 발언에서 굳이 위험자산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찾는다면 첫 번째 시그널은 6월 FOMC회의후 발표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을 웃돌았음에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파월의장은 최근 발표된 경제활동지표가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나타내면서 연준은 지금까지의 금리인상이 아직 실물경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 고용, 인플레이션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리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전까지 인플레이션을 정책금리 결정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강조했던 것에서 분명히 한발짝 물러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연준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다다르게 되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세가지 시그널에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다다랐으며 따라서 하반기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해 질 것이고 나아가 경기둔화에 대응하여 내년 상반기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해석하였다. 실제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년 상반기 긴축완화로 급선회하며 정책금리를 0.6%p 인하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미 국채5년물 금리 5년 선물은 장기 인플레이션이 2%대로 하향 안정되는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뒤이은 금리인하를 반영하는 경우는 과거에 없었다. 특히, 연준의 금리인상이 금융여건의 긴축을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4~6분기 정도의 시차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을 고려해도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내년 상반기 곧바로 급격한 정책선회를 한다는 가정은 무리다. 파월의장이 언급한 금리인상속도 조절은 연준의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수준에 이르렀으므로 과도한 금리인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정책효과를 점검해가면서 금리정책을 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꾸어 말하면 연준도 정책금리를 중립금리에서 얼마나 더 올려야 하는지 지금으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비롯하여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계속해서 예상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파월의장의 금리인상속도에 관한 언급을 연준의 금리인상 폭과 더 나아가 정책선회 가능성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섣부른 낙관론이다. 오히려 최근의 금리하락, 주가상승, 달러약세는 금융여건을 완화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연준을 더욱 매파적으로 몰아가게 되는 것이다. 연준은 금리인상과 주가하락을 통해 금융여건을 다시 긴축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가 파월의장의 발언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연준이 연말 3.5%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지난 1년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일단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구성요소 중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임대차비용 상승과 임금상승률은 연준으로 하여금 재차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Go-Stop-Go”의 70년대식 정책이 반복되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연준의 정책이 6월에 비해 조금 완화되었다고 해석하는 측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을 꼽는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한 데는 국제유가 하락이 일조를 했다. 하지만 원유현물시장에서는 공급부족상황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의 가격하락은 경기침체 리스크가 불어진 것과 더불어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풀어 인위적으로 현물시장의 단기 공급량을 늘리고 EU가 에너지위기로 인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재제를 완화할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유가의 하락은 오히려 수요를 부축이면서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켜 결국 가격을 상승시키게 된다. 또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완화되면 선물가격은 다시 상승하게 된다. 유가상승은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고 연준은 금리인상으로 대응하게 되는 순환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올 상반기 미 달러는 초반에는 주로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고 2분기에는 달러강세가 좀더 확산되면서 원자재수출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통화 전반에 걸쳐 강세를 보였다. 이러한 달러의 움직임은 주식, 채권시장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에서 경기침체로 이동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달러화는 상반기에는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따른 금리차 확대에 따라 강세를 보였고 이후 금리급등에 따른 경기침체 리스크가 불어지자 이머징마켓 통화 전반에 대한 강세로 확산됐다. 최근의 달러약세 전환은 달러가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 이미 과대평가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연준의 긴축기조가 조금 완화되는 것으로 해석하며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수그러들면서 나타났다. 하지만 연준의 공격적 긴축기조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리스크가 계속되는 상황하에서 최근의 달러약세가 추세 반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과 경기의 역학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강세를 보인 달러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러의 양면성을 이해해야 한다. 미 달러화가 가지는 양면성을 투자자들은 달러 스마일이라고 일컫는다. 달러화는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역할과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양면성을 보인다. 미국경제의 통화로서의 달러화는 다른 통화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국내경제와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들의 경제나 금융시장 상황보다 활황세를 보이거나 활황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의 적극적 긴축정책이 실시될 때 절상되는 추세를 보인다. 반대의 경우에는 절하되는 추세를 보인다.
세계경제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이머징국가 채무의 대부분이 달러화 베이스이며 세계무역의 60%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바로 이점이 달러화의 움직임이 세계경제의 척도가 되는 동시에 위험자산가격과는 역상관관계를 나타나게 한다.
달러화의 세계경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은 실제 2008년 금융위기시에 잘 나타난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그에 따른 미국 금융시스템의 위기에 있었음에도 미국경제의 통화인 달러는 급격히 절상되는 현상을 보였다. 미국 국내경제의 문제가 위험자산가격 하락의 원인인 경우에도 미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위상으로 인하여 절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경우이다. 달러 스마일은 위의 두가지 경우에 나타나는 달러 강세를 일컫는다.
달러의 추세적 약세는 위의 양극단의 중간, 즉 세계경제가 동시에 활황세를 보이는 경우에 나타나는 달러의 약세구간에 해당한다. 이 구간에서 이머징마켓 주식, 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곤 한다.
올 상반기 달러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1분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화와 연준의 금리인상에도 흔들림없이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엔화에 대해 달러화의 가치가 주로 상승했다면, 2분기에는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며 이머징마켓 통화에 대해서도 절상을 거듭하며 이머징마켓에 통화약세에 의한 수입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 세계화의 물결 속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통화가치를 절하시키며 수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환율전쟁을 벌였다면 지금은 각국이 통화가치 방어에 안간힘을 쓰는 역환율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달 동안 미국 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은 경기과열과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한번에 0.75%~1%에 달하는 공격적 금리인상을 단행하였다. 유럽중앙은행도 7월 하순 예상을 뛰어넘는 0.5%의 금리인상을 단행하였으나 유로존이 경기침체국면에 곧 진입할 것으로 보이고 이탈리아 국채 가산금리가 정정불안으로 치솟는 등 유로존내 “파쇄(Fragmentation) 리스크”를 안고 있어 금리인상에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2021년 1월부터 진행된 달러화 강세는 바로 달러화의 미국 통화로서의 역할과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던 미국경제는 2020년 12월 백신의 등장과 함께 연준과 연방정부의 적극적 부양정책을 바탕으로 유럽, 일본, 중국을 압도하는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미국경제의 상대적 활황세가 달러의 강세를 촉발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활황세와 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판은 올 1월부터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미국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적 금리차 확대가 달러강세를 더욱 부축이게 된 것이다.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유로존의 경기둔화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경제변수 조합을 보이며 유럽중앙은행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7월 유럽중앙은행은 경기둔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했다.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는 이탈리아 드라기내각을 무너뜨리며 정정불안을 야기했다. 금리인상과 경기둔화는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 가산금리를 밀어올리며 채권투자자들은 유럽중앙은행의 유로존 파쇄현상에 대한 대응의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유로존은 이미 경기침체국면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또한 유로존의 경기침체는 미국 경기의 둔화 내지는 침체보다 휠씬 심각할 것으로 진단된다. 상대적 금리차와 경기상황으로 판단할 때 유로화에 대한 달러의 강세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다.
엔화의 달러 대비 약세기조는 주로 상대 금리차 확대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은 수입물가 상승에도 양적완화와 채권수익률곡선 조정을 지속한다고 천명하였다. 일본은행으로서는 수입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기회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 금리차 확대로 달러의 엔화에 대한 강세기조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엔화는 달러와 비슷한 양면성을 보이는데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거나 신용경색의 징조가 보이면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역유입으로 강세를 보이곤 한다. 이는 미국의 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드는 것과 함께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면 엔화는 달러 대비 약세기조에서 벗어나 강세로 반전될 것을 의미한다.
현재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은 아시아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1994년 금리인상 사이클보다도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이머징마켓 위기가 초래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이머징마켓의 상황은 스리랑카, 파키스탄과 같은 프론티어마켓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이머징마켓으로 나누어 봐야할 것이다.
국제수지 적자와 외환보유고 고갈을 겪고 있는 프론티어마켓은 달러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위기 상황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외환보유고가 크고 국제수지가 건전하여 외환위기로 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달러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유로존이나 일본의 상황과 크게 틀리지 않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더욱 인상해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헝가리와 칠레가 이미 환율방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과 환율방어에 연준을 쫓아가며 금리인상을 단행해야하는 상황이다.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2019년 이후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의 부실위험을 높여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하반기 코스피의 하방리스크를 높이는 두가지 변수는 첫째, 미국 소매업의 과잉재고로 인한 수출경기 둔화와 기업실적의 하락이다. 올 상반기 수출기업들은 대체로 수출물량은 증가하지 않았으나 가격인상과 원화의 대 달러환율 상승으로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소매업 재고과잉과 이에 따른 제조업경기의 급락 가능성은 우리기업의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원화 약세에 의해 상당 부분 유지되던 수출기업 실적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중국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 절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위안화의 환율을 결정하는 통화 바스켓에 속해있는 달러를 제외한 기타통화들은 달러에 대해 이미 상당 폭 절하되었으나 위안화는 상대적으로 달러화에 대해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 달러환율 절하압력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다. 과거에도 중국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의 대달러환율을 일시에 5~7% 수준 절하하곤 했다. 위안화의 대달러환율 절하는 중국의존도가 높은 원화와 대만 달러화에 대한 절하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절하는 일시적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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