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전기차 피해 우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WTO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며 이같이 말했다. WTO 제소를 통해서라도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에 여러 경로로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며 “다음주 초 실장급 이상 통상 간부를 보내 미국의 의사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다음달 초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의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우려를 미국에 전달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명해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는 전기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미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의 원산지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차등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배터리의 핵심 자재도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전기차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다. 하지만 애먼 한국 완성차업체까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출하는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한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대당 최대 약 100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소비자가격이 그만큼 인상될 전망이다.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원대상서…현대 아이오닉5 등 한국산 제외
한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이후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해당 법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 지속적으로 미국에 우려의 뜻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22일 국회에서 “이 법이 나오자마자 통상교섭본부장 명의로 USTR(미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WTO와 한·미 FTA 규정 위반 가능성과 우려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의 자국 산업 우선 경향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어떤 산업 전략으로 대응할지 업계와 함께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차별적 요소를 문제 삼고 있다. 양국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여야 국회 방미단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방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내국인 대우 원칙상 한국산 전기차는 북미지역 생산품과 동등한 세제 혜택을 받아야 한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협력에 나서면서 유력 동맹국인 한국을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미국의 수입 전기차 및 배터리 세제지원 차별 금지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미국이 전기차 확산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기업에 국적을 둬 차별하는 행동은 국제규범 위반”이라며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투자와 고용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부 협상과는 별개로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의 착공 시기를 2025년에서 2024년으로 1년 앞당길 방침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조기 착공이 실현되면 공장 완공 및 양산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가량 빠른 2024년 하반기가 될 전망이다.
이지훈/고재연/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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