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시사함에 따라 국제유가가 3% 이상 급등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3.38달러(3.74%) 상승한 배럴당 93.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1일 이후 최고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은 3.88% 오른 100.22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가 배럴달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오른 것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은 전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더 떨어지면 감산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기본적인 법칙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원유 시장 안정성을 떨어뜨렸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몇몇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감산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약한 수요와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많은 트레이더들이 이번 유가 랠리가 끝났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OPEC 산유국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유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많은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OPEC 중에서 유의미하게 원유생산을 늘릴 수 있는 산유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장관이 감산을 시사함에 따라 이날 유가가 3% 이상 급등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감산이 곧 바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한 외신은 OPEC 소식통을 인용해 "OPEC+의 감산이 임박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며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와 맞물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에서 서방과 합의하면 석유 수출 제재가 해제돼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OPEC+는 수급 균형을 위해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몇 주 사이 크게 떨어져 한때 90달러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에 중국의 경제 둔화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전쟁으로 인한 가격 변동성에 투자자들이 겁을 내면서 유가 선물 거래량이 기존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 거래량이 부족해짐에 따라 시장이 더 불안정하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로 달러 강세가 둔화한 것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S&P 글로벌이 발표한 8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4.1로 전월의 47.3에서 추가 하락했다. 이는 27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7월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보다 크게 줄어 주택 시장이 크게 둔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신규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12.6% 감소한 연율 51만1000채로 집계됐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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