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도움되지만 절대적 아냐"
"IMF서 한국 외환보유액 적다는 사람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물가 정점은 10월이 될 것이란 견해를 유지한다"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고(高)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7일 전망했다. 또한 "고물가 상황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국내 물가는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크게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경기는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흐름이 약화되고 있고, 향후 대외여건의 전개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를 막기 위한 10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웃도는 높은 상황에선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고만 답했다.
또한 금리상승 과정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피해기업,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대출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에 출자해 안심전환대출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을 돌파해 1440원까지 뚫었던 원·달러 환율에 대해선 "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위안화·엔화 약세,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투자 수요 등이 가세한 영향"이라며 "환율에 이어 국고채 금리도 이례적으로 큰 폭 등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상대응계획을 재점검하고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및 대응 체제를 가동하는 가운데 쏠림 현상 등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실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재개될 수 있도록 미 중앙은행(Fed)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이 총재는 "Fed와 많은 정보 교환 논의 중"이라며 "기본 전제 조건은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이 와야 해서 적절한 상황이 되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여러 다른 요인들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기준은 현재 100% 조금 밑이고 IMF 기준은 80∼150%인데 (상단의 150%) 이 기준은 신흥국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한 나라의 수출액, 시중 통화량, 유동 외채 등을 가중평균해 합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가정하고, 경제 규모 등에 따라 기준의 80∼150% 범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실제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의 99%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세계 8위 규모다. 다만 그 규모는 전월 말(4364억3000만달러)보다 196억6000만달러나 줄었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매도)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다.
국내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등 무역수지가 줄면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질의에 대해선 "9월엔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자산 증식을 위한 국내 달러 매입 수요가 우려할 수준인지를 묻는 질문에 "10년 전에 비해 외환시장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커졌다"며 "일례로 주식시장만 봐도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외국인이 갖고 나간 돈보다 내국인이 갖고 나간 돈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면에서는 해외 자산에서 안전한 면도 있지만 국내 플레이어(참여자)들이 환율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국내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에 대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우려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놔 이목을 끌었다.
가산금리 원가산정을 공개하면 금융기관이 신용도 높은 차주만 찾게 될 텐데 저신용차주의 금융거래 기회가 급격히 줄 것으로 보인다는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 시행된 예대금리차 공시 문제로 보인다"며 "대출 원가를 공개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소비자보호와 은행 간 경쟁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은행이 부실 위험이 높은 차주를 꺼리게 될 수 있다"며 "제도적 보완 등 다른 방법 통해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 대출 원가를 공개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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