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점령중인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가 폭발로 일부 파괴된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중인 러시아 측에 실질과 상징 양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크림대교 폭발에 따른 손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즉각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다리를 통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능력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다리가 크림에 대한 러시아의 핵심 보급로였을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점령했다가 최근 밀려나고 있는 다른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대한 보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에 대한 보급을 지속하는 경로가 크림대교와 크림반도를 통하는 철도와 도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전성, 신뢰성, 수송 용량 등에서 상당한 격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는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멜리토폴을 통과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철도 등도 언제든지 공격받을 수 있다.
크림대교가 지닌 전략적·상징적 가치 때문에 우크라이나 측은 올해 2월 러시아 측의 침공을 받은 이래 이 다리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을 여러 차례 해 왔다. 다만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 측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CNN은 이번 폭발에 따른 통행 중단 탓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에 관한 전략적 결정들을 내릴 때 그 시점을 예전보다 몇 주간 앞당겨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신 정보와 전황을 반영해 전쟁에 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빨리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와 푸틴 측에 상징적으로도 상당한 타격이다. 특히 크림대교 개통을 정치적으로 십분 이용해 온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70세 생일 바로 다음날 벌어진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길 공산이 크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5월 18일 푸틴은 이 다리의 개통식을 주재하면서 제정 러시아 시절을 포함해 여러 시대에 걸쳐 꿈이었고 1930년대, 1940년대, 1950년대 등에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여러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힘입어 기적이 성취됐다"고 개통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적·상징적 가치 때문에 러시아는 이 다리가 공격당할 경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올해 6월 공언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유지하고 러시아 내에서 흔들리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도 있다.
CNN은 "(푸틴 입장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이 단계에서 내키지 않는 일일테고, 더 큰 도박을 하는 것이 더 쉬운 길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푸틴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판을 더욱 키울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나 푸틴 정권 자체가 '완전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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