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우려에 하락했던 금 가격이 반등했다. 달러화 강세가 잠시 주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1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10달러(0.9%) 상승해 온스당 1664.0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금 가격은 하락세였다. 전 거래일만 해도 금 가격은 이달 들어 최저 수준에 마감했다. 핵심 지지선인 온스당 1650달러선 이하로 떨어졌고 한 주 동안 3.5%가량 하락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통상 긴축은 채권 금리를 상승시킨다. 보유해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보다 채권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하게 되면서 금을 보유하는 데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인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도 물가 우려를 증폭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5.1%로 전달(4.7%)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5년물도 2.7%에서 2.9%로 뛰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초 미국의 금리가 연 5%대로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선임시장분석가는 "월스트리트는 Fed가 어느 정도 금리를 높일지에 대해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금값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반등했다. 금은 주로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을 사들이는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이 영국 정부가 지난 9월 23일 내놓은 감세안의 내용을 대부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운드화가 반등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화 지수는 112.16이었다. 니암 아슬람 아바트레이드 시장 애널리스트는 "금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러화 지수다"고 했다.
채권 금리도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하락한 3.943%로 거래돼 5% 아래로 떨어졌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장 중 4.49%까지 밀렸다.
Fed의 긴축 속도가 올해 말, 내년 초에 정점을 찍고 둔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금 가격을 밀어 올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향후 1년 안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100%에 달한다. 이전 조사의 65%에서 급등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아슬람 애널리스트는 "최근에 발표된 경제지표가 시장에 그다지 낙관을 주지는 못했다"면서도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최종 금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은 금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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