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150엔선 밑으로 떨어지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매수, 달러화 매도 등의 외환 개입을 했다고 관계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직후 엔화 약세가 완화됐다. 2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장중 151엔까지 떨어졌다. 버블 붕괴로 엔화 가치가 150엔 수준으로 떨어졌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11시 30분 넘어 엔화가 강세로 전환한 뒤 2시간에 걸쳐 144엔 수준까지 치솟았다. 급등락을 거친 뒤 전 거래일 대비 1.66%(2.48엔) 하락한 147.64엔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른 이유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급격한 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정부가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과도한 변동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필요하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당국이 급한 불을 껐지만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근본 원인인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은 미봉책에 그칠 거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경제 상황도 악화했다.
일본 총무성은 전날 공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2014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와 원자재의 국제 가격이 상승하고 엔저로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재무성이 20일 발표한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 75억엔(약 105조49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979년 이후 6개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할 방침을 바꾸지 않는 상황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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