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비도 상승 폭 둔화 예상
일부 연준 인사들 급격한 금리 인상에 우려 표시
미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기침체 조짐이 확산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지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잡기 전에 긴축을 완화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리 인상을 당장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장에서는 Fed가 11월엔 예상대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을 밟고 12월에 인상 폭을 낮출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지수 제공업체인 'S&P 다우존스 인덱스'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여전히 1년 전보다 높지만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S&P 다우존스 인덱스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2021년 8월 대비 13% 올랐다. 전월의 연간 증가율 15.6%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전월보다 상승률이 2.6%포인트 떨어진 것은 집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S&P 다우존스 인덱스의 크레이그 라자라 상무는 "미국의 주요 20개 도시 모두에서 가격 상승이 둔화했다"며 "집값 상승률이 2022년 봄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27일 발표될 미국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를 1%(연이율 환산 기준)로 집계했다. 이는 코로나19 대확산 초기 이후 최저치이며 2분기의 절반 수준이다.
소비 둔화가 점쳐지면서 일부 기업의 주식은 폭락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이날 3분기 매출 690억9000만 달러(99조59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700억58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유튜브 광고 매출은 1년 전 72억1000만 달러에서 70억7000만 달러로 약 2% 감소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광고주들이 디지털 광고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은 탓이다.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 이상 하락했다.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잡히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47.5%로 전날의 43.1%에서 상승했다. 반면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50.5%로 전날의 54.9%에서 하락했다. 페드워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Fed의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한다.
일부 연준 인사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도 이같은 시장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최근 "정책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이제는 속도를 늦추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도 이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20여년 만의 국채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으로 투자자들이 줄어들면서다.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재무부가 국채를 사들이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국채 바이백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채 바이백 도입 가능성을 묻는 말에 "다른 국가도 종종 해왔던 개입이며 (미국 국채 시장에서도) 무엇인가 이루어질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신영/이고운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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