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가가 중국의 코로나19 혼란에 장중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반등했다.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기대가 유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96센트(1.26%) 오른 배럴당 77.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장 초반 배럴당 73.60달러까지 하락해 2021년 12월 27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앞서 WTI 가격은 지난 3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배럴당 123.2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1월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0.61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1월 10일 이후 최저치다.
장 초반 유가를 끌어내린 것은 중국발(發) 원유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였다. 지난 주말 사이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고강도 방역 조치(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며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졌다.
이번 시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에 중국인들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4만 명에 달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만8808명을 기록했다. 5일 연속 역대 최고치다.
XM의 라피 보야지안 리드 애널리스트는 "원유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의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당국이 시위대를 강하게 단속하고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가는 이내 반등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오는 12월 4일로 예정된 회의에서 감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중국의 코로나 시위로 인해 유가가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에너지 정보업체인 케이플러(Kpler)의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인 매트 스미스는 로이터통신에 "OPEC+가 5일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중국 시위로 인한 유가 손실분을 역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OPEC+ 회의에선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변수가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위 사태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이 논의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EU는 다음달 5일 이후 시작되는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를 앞두고 상한선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가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65달러로 정할 것을 제안했다. 62달러로 낮출 수도 있다면서다. 하지만 폴란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이 상한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는 29일 재차 이뤄질 전망이다. 케이플러 측은 "OPEC+의 결정은 EU의 제재로 인해 원유 시장에 얼마나 많은 혼란이 발생할지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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