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한풀 꺾였는데 … 韓은 공공요금발 물가 폭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2% 상승했다. 3개월 만에 상승폭이 커졌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공공요금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당분간 5%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5.2%(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5.7% 이후 11월 5.0%, 12월 5.0%로 둔화했지만 올해 1월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물가 상승률은 9개월 연속 5%를 웃돌았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1998년 11월 이후 25년 만의 최장기 고물가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한 상황에서 한국 물가가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 때문이다. 올 1월 전기·가스·수도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8.3% 올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달 상승률(5.2%) 중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0.94%포인트다. 지난해 물가 고공행진을 이끈 석유류(0.23%포인트)와 가공식품(0.89%포인트)보다 더 크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 달 전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것은 거의 전기료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료와 가스비 등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고, 지하철 요금을 비롯한 다른 공공요금도 줄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2009년 2월(5.2%) 후 14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2월 소비자물가가 5% 안팎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을 물가에 미칠 주요 변수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적어도 올 1분기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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