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러시아가 원유 수출액이 3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 작년 연말부터 단행한 가격 상한제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경제대학원(KSE)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월 러시아가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출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388억달러(약 52조원)였다. 지난해 4분기(10~12월) 545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수출 감소량의 25%는 국제 유가가 하락한 데 기인한다. 나머지 75%는 러시아산 원유 판매량이 줄어든 동시에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KSE 연구원들은 분석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 감소한 61억달러로 집계됐다. 하루 40만배럴씩 매일 줄어든 셈이다. 러시아산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액은 52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렌트유 대비 러시아산 원유가격 할인 폭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17.4달러에서 올해 3월 23.2달러로 커졌다.
EU와 G7이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초래된 결과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12월 5일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약 8만원)의 가격상한을 설정하는 데 합의했고, G7과 호주가 이에 동참했다. 서방국들은 상한액을 웃도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해선 보험,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일절 금지했다. 러시아가 원유를 팔아 번 돈이 전쟁 자금으로 쓰인다는 판단에서 도입된 규제다.
이들 국가는 올해 2월 가격상한제 적용 범위를 정제 유류 제품까지 늘렸다. EU와 G7은 지난 2월 5일부터 디젤, 페트롤 등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해 배럴당 100달러의 가격상한을 두기로 했다. 중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 가격은 배럴당 45유로로 제한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감산으로 대응했다. 3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배럴씩 줄이기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방국들의 가격상한제를 향해 "서방 집단의 파괴적 에너지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벤자민 힐젠스톡 KSE 소속 경제학자는 "러시아의 감산은 자발적인 것이 아닌 제재에 따른 결정"이라며 "러시아에 유럽 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모든 종류의 해상 원유 수출을 다른 곳으로 전용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됐다"고 짚었다.
가격상한제는 러시아 전체 재정 상황에도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러시아의 연방 재정적자 규모는 2조4000억루블(약 39조30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300억루블 흑자) 대비 크게 악화했다. 에너지 부문 정부수입이 45% 급감한 결과다. 모스크바의 경우 연간 재정적자 목표치를 이미 1분기에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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