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차 보여
모건스탠리 "국채 금리 안정화할 것"
더들리 전 총재 "지난 10년과 현재는 달라"
미 국채 금리의 향방을 두고 경제학계에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채권 시장에 대한 투자 수요를 해석하며 전망이 엇갈린 것이다. 공포에 질린 매도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과 시장 환경이 급변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30일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하반기 연 2~3%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연 3.85%대를 기록했다.모건스탠리의 채권전략팀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구닛 딩그리 모건스탠리 채권전략팀장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있다"며 "지난 3월 은행 위기도 진정되며 시장이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가 이런 분석을 통해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칼럼을 통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들리 총재는 2009~2018년 뉴욕 연방은행 총재로 재임했다. 2021년에는 미 중앙은행(Fed)이 최소 10번 이상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한 인물이다.
더들리 주장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안으로 연 4.5%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 실질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국채 매도세가 가팔라지면서 명목 금리도 고공 행진한다고 내다봤다.
더들리 전 총재가 제시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10년 만기 국채 실질 금리가 평균 1%를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 기댓값을 뺀 수치로, 통화 긴축의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달 10년 만기 미 국채 실질 금리는 연 0.87%를 기록했다.
실질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보다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해서다. 주택 시장은 둔화하고 소비자 및 기업의 대출 수요도 감소한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암호화폐를 비롯해 기술주 주가도 내려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더들리 전 총재가 실질 금리를 높여 잡은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것이란 전제 때문이다. 그는 향후 10년간 평균 인플레이션값을 2.5%로 예측했다. 또 10년 만기 국채에 대한 기간 프리미엄도 연 1%대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간프리미엄은 장기 채권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 추가로 지급하는 가치를 뜻한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의 생각은 달랐다. 모건스탠리는 "일부 경제학자(더들리)들은 국채 시장에서 매도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이는 틀린 전망이며 오히려 국채 매도 현상은 얕고 길게 '장기화'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선 모건스탠리는 실질 금리가 연 1%에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더들리 전 총재의 예측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실질 금리는 연 1%를 겨우 넘겼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더 가팔라진 지금도 1%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실질금리 수준이 연 0~0.5%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장기 전망에서도 더들리 전 총재와 다른 전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평균값이 연 2%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 10년 평균값인 1.5%에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모건스탠리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기간 프리미엄은 Fed의 대차대조표 확대(유동성 공급)로 인해 그 값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전망과 Fed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의견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건스탠리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모건스탠리는 과거 데이터값에 초점을 맞춰서 미래를 예단했다"며 "지난 10년간 저금리 정책이 가능한 요소가 모두 달라졌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미국의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등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채의 위험 프리미엄이 급증했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 전환 등 지원 정책이 확장하며 자본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더들리 전 총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 평균값이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는 게 이상하지 않다"며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2009~2019년이 유례없이 기묘한 시기였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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