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했다./한국경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1억원을 찍고 내려왔다. 수년 전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용감하게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할 때 1비트코인의 가격은 수 백만~수천만원 남짓했는데 어느덧 1억원까지 왔다.
“언젠가 비트코인 1억 간다”고 말하면 코웃음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덧 비현실적이었던 전망이 현실이 된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필자는 비트코인의 적정가치를 최소 수억원(금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 수준이다) 혹은 0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1억원 돌파가 비트코인이 0보다는 수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은 1억 개의 사토시(SAT)라는 최소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1비트코인의 가격이 1억원이 넘는다는 뜻은 1SAT가 1KRW보다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은 비트코인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사운드머니이기 때문에 법정화폐 대비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원화뿐 아니라 달러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법정화폐 기준으로도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억원을 넘어 얼마까지 갈까? 모른다. 분명한 것은 과거 대비 비트코인의 기초체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과거 대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체인저가 된 현물 ETF
2024년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월 14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순유입된 금액은 118억 달러이다.
타 운용사 대비 높은 수수료를 고수하고 있는 그레이스케일에서 매일 수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고 있지만 다른 운용사에 유입되는 금액이 이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블랙록이 운용하는 IBIT의 경우 두 달 만에 유입된 금액이 자그마치 120억 달러인데 이는 ETF 역사상 보기 드문 성공적인 사례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ETF의 특성상 운용사별로 자금 유출·유입이 투명하게 매일 공시가 되는데 이 숫자에 따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과거에 비트코인 매수세는 주로 개인이나 가상화폐 특화 기관이 많았다. 그러나 ETF가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의 저변이 유의미하게 확대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ETF 같은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기관에서 아직 비트코인 ETF를 본격적으로 판매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이다.
통상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재무상담을 하거나 운용사 상품을 판매하는 기관에서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검토할 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출시된 지 아직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 성과가 나온다면 상품 판매 촉진이 본격화되면 자금 유입세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채굴자 수수료와 네트워크 지속 가능성 우려 불식
비트코인은 4년마다 한 번씩 신규 공급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맞는다. 2024년 4월에 반감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때마다 가격이 올라서 투자자들에게는 호재이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작동하게 하는 채굴자들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왜냐하면 채굴자들의 수입은 크게 신규로 채굴하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규 채굴 수입이 80~90% 정도이고 수수료 수입은 10~20% 정도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반감기가 지속됨에 따라 신규 공급량이 반으로 줄어들어 신규 채굴 수입이 줄어들면 채굴자가 도산하고 네트워크가 붕괴할 것이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냐하면 줄어든 신규 채굴 수입과 네트워크 수수료 수입만으로는 채굴자가 전기료 및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낙관론자들은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반감기 공급 감소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가격이 과거의 패턴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사실 이미 1억원을 넘은 시점에서 과거처럼 가격이 10배, 20배 급등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비트코인 가격이 0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비트코인 시가 총액이 금과 유사한 수준에 근접함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BRC-20과 오디널스 덕분에 비트코인 네트워크 수수료는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BRC-20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유틸리티 코인이고(아직은 대체로 밈이다) 오디널스는 일종의 비트코인 NFT로 비유할 수 있는데 네트워크가 활성화됨에 따라 채굴자들의 네트워크 수수료가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다를까? 매 사이클이 시작될 때마다 상승장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등장하고, 어쩌면 앞에 언급한 요소들도 그런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유입세가 둔화되거나 유출로 전환할 경우 시장은 상당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채굴 네트워크 수수료가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거나 오디널스를 반기지 않는 세력에 의해 하드포크가 진행된다면 이 역시 부정적인 악재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영원한 상승장도 하락장도 없다는 것이 투자 시장의 교훈이다. 게다가 크립토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블랙스완 이벤트는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마운트 곡스 해킹 사건, 비트코인·이더리움 하드포크, 테라·루나의 몰락, 셀시우스, 3AC, FTX, 제네시스 파산 등등. 이런 블랙스완 이벤트는 과거에도 존재했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는 현재의 상승을 즐기되 과신을 경계하고 리스크 관리를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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