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민주 블루밍비트 디자이너
미국 대통령 선거가 7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재대결이 확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정책 기조가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연일 가상자산 친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가상자산 업계의 환영을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자산 규제에 고삐를 당기면서 업계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특히 오는 6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TV 토론에 나서는 만큼 양측이 가상자산에 대해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가상자산 채굴 30% 과세·규제는 SEC가…업계 '공공의 적'된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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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이유로 규제를 강조하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 가상자산 채굴 산업에 대한 징벌적 과세안 '디지털자산 채굴 에너지(DAME) 소비세' 도입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던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제안한 2025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다시 한 번 가상자산 채굴 산업에 대한 과세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예산안을 통해 가상자산 채굴 전력에 약 30%의 과세를 부과하고 연간 100억달러 규모의 세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더불어 가상자산을 매각해 세금을 공제받고 다시 가상자산을 매수하는 식의 돈세탁을 세제 정비를 통해 막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에 업계와 정치권은 "정부가 무리한 과세 및 규제로 해당 산업 내 미국의 지위를 무너트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가 미 하원에 제출된 회계 공보 121(SAB 121) 무효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Veto)을 행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명실상부 가상자산 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등극했다. 무효 결의안은 지난 9일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SAB-121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재작년 3월에 발표한 법안으로, 공시 의무가 있는 금융기관이 수탁한 고객의 가상자산을 대차대조표에 부채 및 보유 자산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이 사실상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사업 진출을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SAB 121 폐지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및 금융 시스템 보호에 방해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SEC의 능력을 부적절하게 제약할 수 있다. 무효 결의안이 올라온다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준 팩토마인드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은행 입장에서는 대차대조표와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면서 "그런데 SAB 121로 인해 그동안 한 번도 올리지 않았던 가상자산을 대차대조표에 올리게 되면 공정가치 평가, 감사, 새로운 규정에 맞춘 프로그램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차대조표에 가상자산이 올라가면 부채가 늘어나는 꼴이라 은행의 레버리지 비율이나, 규제자본의 필요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면 거기에 따른 준비금 보유를 위한 자본 조달도 필요하다"면서 "SAB 121은 은행의 수탁사업 진출을 실질적으로 막는 것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SEC가 이 정도로 본격적인 규제를 해야 하나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과는 다르다"…親가상자산 행보 걷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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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비트코인(BTC)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 대통령 재임 시절 달러의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가상자산을 없애버려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달러와 가상자산의 공존 가능성을 얘기하며 가상자산 업계 포섭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지지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상자산을 향한 미국의 적대감을 멈추고 이를 수용하겠다. 나아가 캠페인 기부금을 가상자산으로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상자산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가상자산에 우호적이라면 나를 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은 또 다른 형태의 통화로 대중들이 상당한 빈도로 사용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트코인과 공생해야 할 것"이라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한 트럼프 캠프가 비트코인매거진 측과 비트코인 정책 의제를 약 한달 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업계도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자세로 돌아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규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전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 최초의 가상자산 대통령'이라고 일컫기도 했다.
백훈종 샌드뱅크(스매시파이) 이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가상자산과 좋은 관계'라는 말을 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업계에 유리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세하지는 않지만, 가상자산과 달러의 공존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아마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많이 유통되면 미 재부무가 발행하는 채권의 수요 증진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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