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는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올 3분기 성장률이 4.6%에 그쳤으며, 이는 중국의 5% 성장률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전했다.
- 반면 미국은 노랜딩 시나리오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고용이 안정되면서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 중국 경제 둔화의 여파로 한국, 일본, 대만 등의 첨단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中 '5% 성장' 비상
美는 '노랜딩' 착착
G2 경제 '희비'
中, 3분기 성장률 4.6% 그쳐
부동산 침체에 내수부진 겹쳐
美는 실업률 하락…GDP 상향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경제가 가라앉지 않고 성장세를 지속하는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중국은 올 들어 매 분기 성장률이 하락하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올해 3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4.5%)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4.4%)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지만 두 분기 연속 5%를 밑돌았다. 지난해 1분기(4.5%) 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 5.2%에 이어 올 1분기 5.3%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2분기에 4.7%로 주저앉으며 둔화세로 돌아선 뒤 3분기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올해 경제성장률 연간 목표로 5% 안팎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 1~3분기 누적 성장률은 4.8%에 그쳤다.
반면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골디락스(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기대가 커졌다. 올 9월 소매판매(전월 대비 0.4%)가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고,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미국 경제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이를 반영해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3.4%(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로 제시했다. 3분기 성장률 추정을 시작한 지난 7월 말만 해도 2.8%였는데 3개월도 안 돼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JP모간은 “미국이 인플레이션 완화와 고용 안정을 모두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돈풀고 금리 내려도 속수무책…中 '디플레 쇼크'에 세계가 떤다
3분기 성장률 4.6%…1년 반만에 최악 성적표
“중국 경제는 순환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서로 뒤엉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빠졌다.”(파이낸셜타임스) “지금처럼 정책 입안자들이 경기 부양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주저하면 성장률 제고가 쉽지 않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두 분기 연속으로 5%를 밑돈 중국의 성장률을 두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로운 ‘중국발 쇼크’가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잇따른 부양책에도 5% 밑돌아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1년 반 만에 최악인 올 3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중국 정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전년 동기 대비 4.6%라는 3분기 성장률이 월가의 전망치(4.5%)를 소폭 웃돌긴 했지만 연간 5%라는 중국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여서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이 4.8%에 그쳤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4분기에 5%대 중후반으로 큰 폭 성장해야 한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말 1조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으며 이달 들어선 연말까지 부동산 개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모를 1조7700억위안 늘리기로 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도 예고했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이날 “이미 상업은행들이 인하된 예금 금리를 발표했고, 오는 21일 공표될 대출우대금리(LPR) 역시 기존보다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4분기 성장률이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9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4% 늘었다. 전월(4.5%)은 물론 시장 전망치도 뛰어넘었다. 소매판매도 시장 전망치와 전월 증가폭을 웃도는 3.2% 증가율을 기록했다.
○“내년엔 더 암울”
국가통계국은 “1~3분기 복잡한 외부 환경이 있었지만 생산·수요 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시장 심리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중국 정부의 자평에도 내수 장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수출이 삐걱거리고 있는 데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개월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러 있어서다.
국제기관과 투자은행들은 내년에도 중국 경제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내놓고 있는 경기 부양책들이 장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심층적인 구조개혁 성격이 아니어서다. 부진한 소비와 고질적인 부동산 시장 둔화가 내년에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올해 연간으로 4.8% 성장할 것이며, 내년엔 4.5%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은행(WB)은 잇따른 경기 부양책에도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3%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중국 경제는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소비 주도형 경제 모델로 전환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대중 수출 국가들 타격받을 듯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 둔화에서 서둘러 빠져나오지 못하면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결국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린 송 IN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년간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급증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재 시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후이 샨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가 호주와 브라질 철광석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 역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 분석 업체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중국의 공장 생산량 감소는 한국, 일본, 대만의 대중국 첨단 중간재 수출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디플레 수출도 우려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세계 수요에 의존해 (디플레 수출로) 경제를 되살리려고 한다면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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