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력 부족 경험에 연말 경기 반등 예상"
지난해말부터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많은 기술 기업과 일부 대기업들이 정리 해고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노동 시장은 여전히 빡빡하며 채용 가능한 직원을 찾기 어렵다는 미국 기업들이 많아 실업률 미스테리가 계속되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1월 미국의 실업률은 54년만에 최저치인 3.4%까지 떨어졌다. 정리 해고를 대변하는 수치인 실업 수당 역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노동 비축'(Labour hoarding) 이라는 개념을 들어 풀이를 시도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반면, 더 많은 기업들이 해고 대신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급여를 유지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기업들은 정리 해고를 선택하지만, 대개의 기업은 대규모 정리 해고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많은 경영자들이 하반기에는 유럽과 아시아가 반등할 것이고 미국 경제도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급 관리 연구소(ISM) 의 제조업 부문 조사 책임자 티모시 피오레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이를 위해 인력 유지를 선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은 노동력 부족으로 지난 1,2년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해고를 꺼린다는 것이다.
특히 잠재적인 인재 풀이 수십년 째 계속 줄어드는 제조업 및 기타 분야에서 고도 숙련 직종일수록 그렇다는 설명이다.
소매업체 및 레스토랑과 같이 덜 숙련된 노동력에 의존하는 기업은 전통적으로 노동 비축 현상이 거의 없다고 ISM의 서비스 부문 조사 책임자 앤소니 니브스는 밝혔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숙련 산업 조차도 빈 일자리를 채우고 현재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껶고 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소매업, 레저 및 접객업 분야의 노동력들이 복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고용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팬데믹이 끝나면서 이 분야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요컨대 미국 경제 전반에서 인력 추가 수요에 대한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택개량 소매업체인 홈디포가 내년에 근로자 임금과 복리후생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이 같은 인력 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금융 시장 경제학자인 토마스 시몬스는 "기업들이 노동력을 비축하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즉 노동 공급이 의미있는 방식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이 바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이 급감하고 이익이 줄어드는 기술 업계에서는 최근에 거의 10만명 가까운 감원을 발표했다.
미스터리를 더하는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실업수당청구명단에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IT 종사자들은 후한 퇴직금에 실업수당 청구를 포기했거나, 실업 수당 청구에 나서기도 전에 빠르게 새 일자리를 찾은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어떤 경우이든, 미국의 실업률이 향후 1~2년 안에 5%는 커녕 4%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경제학자들은 드물다고 마켓워치는 지적했다.
이렇게 낮은 실업률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1960년대 이후로 경기 침체 기간에 실업률이 6% 아래였던 저근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경기 침체로 들어서기도 전에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하지만 타이트한 노동 시장은 연준에게 난제를 안겨준다.
연준 고위 관리들은 강력한 고용 시장이 고금리로 우려되는 경기 침체에 대한 해독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타이트한 노동 시장은 또한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임금을 끌어올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임금-가격 나선의 망령을 부르고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라면, 연준이 대규모 정리 해고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억누를 수 있을 만큼만 경제를 둔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이 절묘한 균형을 현실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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