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위기에 '물타기'
10개월 만에 5% 수익
2차전지 사업 기대에 주가 탄력
증권사 평균 목표가 2만500원
후성글로벌 상장 추진 득? 실?
IR팀은 1주일째 전화 안 받아
여기 주식 투자 경력 16년8개월의 '개미(개인투자자)'가 있다. 그는 인천 백령도 군 복무 시절 주식 관련 책을 즐기다가 대학생 때 '초심자의 행운'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맛본 뒤 상장폐지부터 전문가 단톡방 사기 등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은 '전투개미'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다'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편집자주>
김초보(가명) 부장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그는 50대 가장으로 은퇴를 4년 앞두고 있다. 그에게 '예전과 분위기가 부쩍 달라진 것 같다'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아내 몰래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 반토막 났던 종목이 최근 플러스로 전환돼 수익을 봤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주식 경력 1년도 안 된 그가 어떻게 돈을 벌게 됐는지 사연을 들어봤다.
그는 지난해 5월 19일 후배의 추천으로 후성을 100주 매수했다. 당시 후성은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2차전지 사업 기대감에 대량 거래가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당일 2만5100원에 주식을 산 그는 같은 달 27일 장중 2만7450원까지 가는 행운을 맛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난해 5월 27일부터 올해 1월 3일 장중 저점인 1만350원까지 주가가 떨어진다. 최초 매수가인 2만5100원과 비교하면 -58.76%의 쓴잔을 마시게 된 셈이다.
개인 투자자의 최대 무기는 '물타기'(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 평균 단가를 낮추는 것)라고 했던가.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50만~100만원씩 추가로 주식을 매수했다. 그렇게 하기를 어언 10개월. 지난달 29일 후성이 4100만주가 넘는 거래량이 터지며 23.75%의 '상승 불기둥'을 보이자 매도 타이밍이라 생각해 익절하게 된다. 1000만원 정도의 투자를 한 그는 "한 종목으로 10개월 만에 50만원가량의 수익금을 얻었다"고 밝혔다. 8일 시중은행 1년 예금 금리(3.5%)와 비교해 조금 나은 셈이다.
후성은 어떤 기업일까. 40여 년간 축적된 불소화학 기술과 고도화된 공정 노하우를 기초로 한 소재회사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건설, 환경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화학소재 제품을 공급한다. 특히 냉매나 2차전지 전해질, 반도체 가스 등은 환경규제에 의해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판매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회사다.
올 들어 주가도 상승세다. 이달 7일 종가는 1만6050원. 1월 2일 종가인 1만600원과 비교해 51.42% 올랐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후성의 1분기 매출은 1622억원(전년 대비 2.3% 증가), 영업이익 235억원(전년 대비 55% 감소)을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매출은 6651억원(전년 대비 5.9% 증가), 영업이익 1138억원(전년 대비 6.9% 증가)으로 전망했다. 2025년엔 매출 9140억원, 영업이익 1780억원으로 고속성장할 것으로 봤다.
다올투자증권은 "전방 수요 불확실성 우려에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고, 본격적인 실적 모멘텀은 내년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반도체 소재·2차전지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했다. 후성은 전해질 소재인 육불화인산리튬(LiPF6) 생산을 위해 내년 1분기 국내에 2000t 규모 공장을 증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재 연구원은 "LiPF6 생산 규모는 올해 6000t에서 2025년 1만t 규모로 66.67%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1만6000원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은 국내 배터리 관련주에 긍정적이다"고 했다. 美 IRA 수정안을 뜯어보면 양극재·음극재와 관련된 소재를 국내에서도 제조할 수 있고, 필요한 광물도 비FTA 국가에서 수입해 한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혜주로는 천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DI동일, 솔루스첨단소재, 신흥에스이씨, 후성, 동원시스템즈 등을 꼽았다. 한병화 연구원은 후성의 목표주가를 2만5000원으로 유지했다.
후성의 최대주주는 7일 기준 김용민 외 13인이다. 총 주식 9435만2104주 중 지분 47.70%(4500만1429주)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7.34%(692만5739주)를 들고 있다.
자회사 후성글로벌의 연내 상장을 리스크로 보는 시선도 있다. 지난해 8월 5일 주가가 13% 급락했는데, 후성글로벌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올투자증권은 에코프로 물적 분할 사례를 언급하며 긍정적으로 봤다. 당시 "에코프로가 2차전지 소재 대규모 증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물적 분할한 에코프로비엠이 성공적으로 투자자금을 확보했고, 고속성장 했다"며 "후성의 성장 스토리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8일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후성은 견조한 실적이 긍정적 요인이다"며 "주가가 아직 저평가 구간이기에 상승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후성글로벌 상장 진행 상황을 물어보려 1주일간 수십 차례 회사에 전화하고 이메일을 보냈으나 담당 부서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본사 관계자도 "담당 부서가 아니라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2021년 1월 1일 후성이 약속한 윤리경영 준수사항 3번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한 경영정보 제공하여 합리적인 투자 판단 기여' 선언문이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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