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최소 12조2000억위안(약 2339조원)을 인프라에 투자해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중국의 도매물가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올해 지출 계획을 공개한 21곳의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인프라 투자액을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7%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투자 대상은 주로 도로와 철도 등 교통, 발전시설, 산업단지 등이었다.
중국은 그동안 부동산 개발, 수출, 인프라 등 3대 축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집값 규제, 선진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지방정부 재정 악화 등으로 3대 축이 약화하자 내수 소비를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회복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자 인프라 투자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가계에 보조금을 직접 지급하기보다는 인프라 투자로 고용을 늘려 소비 지출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대(對)중국 경제 압박을 강화하는 데 따른 대응으로 기술자립과 에너지 안보에 초점을 맞춰 관련 인프라 투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는 최근 건설 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중국 건설사업 활동 지수는 65.6으로 작년 12월 말의 54.4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지수는 작년 9월 말 60.2, 5월 말 52.2 수준이었다.
중국은 올해 인프라 투자용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을 총 3조8000억위안 배정했다. 명목상으론 작년 3조6500억위안보다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 한도 가운데 2조1900억위안어치를 작년에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미리 썼기 때문에 올해 실제 집행 규모는 작년(4조8800억위안)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토지사용권 매각 수익이 대폭 감소한 탓에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한 것도 부담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국가개발은행 등 국책 금융회사를 인프라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방정부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프라에 투자하는 지방정부융자기구(LGFV)를 동원하는 사례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FV의 채무는 지방정부 계정에 잡히지 않아 중국의 대표적인 '숨겨진 부채'로 꼽힌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같은 달보다 2.5%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1.3%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장바구니 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7%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으며, 시장 예상치(1.0%)도 밑돌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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