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이 11일(현지시간) 시장에서 2% 이상 뛰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꾸준한 감산 의지 표명, 원유 재고 부족을 예측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단기보고서 등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WTI 8월물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2.49% 오른 배럴당 74.81달러, 브렌트유 9월물 선물은 2.15% 오른 79.3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5월 1일 후 10주 만에 최고치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상승세를 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가 강세장이 시작됐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6개월 동안 기다려온 것이 마침내 실현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석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고, 중국 수요가 하루 1590만배럴로 회복됐으며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리 대표가 언급한 석유 재고는 같은 날 EIA가 발표한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의 수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 간 협의체)의 감산 결정으로 글로벌 원유 재고가 앞으로 15개월 동안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EIA는 올해 연말 브렌트유 가격이 81달러를 돌파해 내년에는 평균 83.51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TI 내년 가격 평균은 78.51달러로 전망했다.
그간 원유 시장에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이 유가를 끌어내리고 OPEC+ 감산이 밀어 올리는 줄다리기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이 감산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면서 상승세가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달러화 약세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12일 미국 달러지수는 0.29% 내린 101.653으로 이번주 1.28% 떨어졌다.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면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를 매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달러 가치는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하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안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끝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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