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천문학적 'AI 빚투'에 대출부실 우려…금융위기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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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과 복잡한 자금조달 구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과도한 차입고평가 논란으로 인해 기술주의 신용 리스크와 잠재적 거품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 AI 관련 기업의 재무 건전성 및 시장의 과열 신호가 두드러지며 일부 투자기관은 기술주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불붙은 AI 거품론

(1) 과도한 차입 리스크·고평가 논란까지

빅테크 회사채 금리 급등…다시 불붙은 AI 거품론

AI 투자재원 

채권 의존 과도

美 국채와 금리차 

4월 이후 최대

마이클 버리 

"이익 부풀려져"

미국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주요 빅테크가 AI 투자를 늘리기 위해 과도한 차입에 나서자 회사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다. 월가에서는 AI 기업의 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빅테크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AI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자금조달 구조를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타, 오라클, 오픈AI 등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사모펀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발행 등이 뒤섞인 일종의 '프랑켄슈타인식 금융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이 AI에 거대한 판돈을 걸었지만, AI 열풍이 진정된 뒤 이처럼 복잡한 거래 구조가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등을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조달)에 나서자 회사채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대비 회사채 금리 차이가 1년 만기 기준으로 최근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난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채권시장이 요동쳤을 때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한 유명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들이 장비 수명을 길게 잡는 방식으로 이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채 발행 2000억弗 넘어…알파벳 175억弗 메타 300억弗

인프라 자금 위해 앞다퉈 발행…사모펀드·PF·담보 복잡하게 얽혀

엔비디아, 테슬라, 팰런티어 등 인공지능(AI) 빅테크주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일제히 급락했다. AI 패권 경쟁이 기술을 넘어 '쩐의 전쟁'으로 번져 과도한 차입 문제가 리스크로 떠오르면서다. 이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닷컴 버블 시기를 넘어선 상황에서 신용 리스크가 거품 붕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어른거리는 금융위기 그림자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술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2000억달러(약 300조원)로 추정된다. 작년에 비해 두 배 급증한 규모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 3일 175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고, 메타도 지난달 30일 30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메타의 회사채 발행량은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오라클도 앞서 260억달러 회사채를 발행했다.

모건스탠리는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 2028년까지 3조달러(약 430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금이 급한 빅테크들은 회사채로도 모자라 전례 없던 조달 방식까지 동원하고 있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개발하기 위해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과 합작법인(SPV)을 설립해 자금을 우회 조달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도 SPV를 통해 18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

SPV는 빅테크 재무제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부채 규모가 대차대조표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미칠 잠재적 충격은 더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켄슈타인식의 복잡한 거래와 담보 구조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러지수 25년 만에 최고치

AI산업에 거액의 판돈을 건 IB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리스크를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AI 관련 종목들로 구성된 바스켓에 공매도를 실행하거나 합성위험이전(SRT)이라는 신용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SRT는 이름 그대로 은행이 가진 대출의 부실 위험을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상품이다. 도이체방크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예측해 해당 대출의 부도 위험만 판매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대규모로 만들어 판매했다.

웰스파고는 이날 기술주 투자의견을 '유망'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기술주가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 46배 이상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봤다. S&P500지수의 후행 PER은 29배 수준이다.

랠리가 일부 AI 관련주에 집중되자 과열 경고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 과열 정도를 나타내는 실러지수는 닷컴 버블 이후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이 지수는 최근 10년간 S&P500 기업의 평균이익과 비교한 현재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11일 기준 40.4를 기록 중이다. 지수가 높을수록 경기 및 기업의 실적보다 증시가 과열됐다는 뜻이다. 실러지수의 전체 장기 평균은 17 정도다.

천문학적인 지출이 과연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JP모간은 AI산업이 2030년까지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내려면 연 6500억달러 이상 매출을 달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JP모간은 "이 같은 매출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58%, 혹은 현재 아이폰 사용자가 1인당 월 34.72달러를 내야 가능한 수준"이라며 "시장에 드라마틱한 패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붕괴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는 빅테크 이익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됐다고 경고했다. 버리는 전날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5곳이 최근 5년간 발표한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를 공개하며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장부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올초부터 "AI 투자 열풍이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해왔다.

최만수/김동현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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