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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년 새 '100배' 늘었다…장기 '고환율' 경고 나온 이유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최근 10년간 한국의 순대외자산이 약 100배 증가하면서 구조적으로 고환율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 개인, 연기금, 기업 등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로 국내에서 빠르게 달러가 유출돼 환율이 장기간 1400원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생산성 둔화와 자본 유출이 국내 투자 부진 및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국가부도 위기도 아닌데…'高환율' 일상이 됐다

1400원대 지속…외화수급 구조적으로 변화

서학개미·연기금, 높은 환율 감수하고도 해외투자 늘려

순대외자산 10년 새 100배 ↑…환율상승 압력 이어져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 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변동성이 낮은데 고환율(원화 약세)이 지속돼서다. 전문가들은 외화 수급이 구조적으로 바뀐 영향으로, 당분간 환율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고환율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7일까지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15원50전이다. 1998년 1394원97전, 2009년 1276원35전보다 높다. 하지만 환율 흐름은 다르다. 외환위기 때는 환율이 달러당 900원에서 1900원으로, 금융위기 때는 900원에서 1500원으로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반면 올해는 고점(1484원10전)과 저점(1350원)의 차이가 130원 남짓에 불과하다.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지난 14일 기준 22.48bp(1bp=0.01%포인트)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 699.0bp(2008년 10월 27일)와 비교하면 15분의 1 수준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은 위기 징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827억7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672억3000만달러) 대비 23% 늘었다. 그럼에도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212거래일 중 절반이 넘는 118거래일 동안 환율이 1400원 위에서 움직였다. 개인과 연기금,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며 수출로 벌어들이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대외채권-대외채무)은 지난 2분기 1조304억달러로 처음 플러스를 기록한 2014년 127억달러에 비해 100배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가 높은 환율을 감수하고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결국 해외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기업과 투자자의 돈이 국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환율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최근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생산성 둔화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촉발해 1.5배 큰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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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高환율 - (1) 10년 새 순대외자산 100배 증가…高환율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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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한국 외환당국은 단기 외채 흐름에 주목했다. 외화 빚 상환 요구가 몰릴 경우 급격한 외환 유출이 발생하면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이후부터는 그런 부담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 늘어 한국이 순대외자산국이 됐기 때문이다.

급격한 외환 유출과 환율 급등 우려가 사라진 자리에는 '꾸준한 환율 상승'이라는 반대급부가 따라왔다. 기업과 개인,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환율에 구조적인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순자산 10년 새 100배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대외자산-대외채무)은 2014년 3분기 127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11년가량이 흐른 올해 2분기 기준 순대외자산은 이보다 100배 가까이 많은 1조304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한국의 순대외자산이 급증한 배경엔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해외 투자가 있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은 2001년 해외 투자를 시작했지만 초기엔 증가 속도가 더뎠다. 2000년대까지는 채권 위주로 투자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주식 중심의 공격적 투자를 했다. 2016년 해외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운용액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현재는 다섯 배가 넘는 580조원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세계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이후엔 '서학개미'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2020년 152억달러에서 작년 말 1161억달러로 여덟 배로 증가했다. 지난달엔 한 달 만에 68억달러어치를 순매수해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업은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기업 등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2022년 817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올해 상반기 해외 직접투자액은 29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2014년 1년간 투자액(288억달러)보다 많다.

달러를 국내에 공급하는 요인인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출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가장 큰 경상흑자에도 환율이 올라가는 건 외국인의 국내 투자보다 네 배 많은 (내국인의)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환율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은 이런 구조적 달러 유출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도 구조적으로 미국으로의 자금 이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장 악화→달러 유출 '악순환'

구조적 고환율은 해외 선진국과 한국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투자 자산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4%로 2% 밑으로 내려왔다. 2000년대 초반 약 5%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혁신이 지속되는 미국은 잠재성장률 반등에 성공했다.

주변 경쟁국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제가 6% 가깝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만은 17일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30.64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32대만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에 비해 환율이 하향(통화 가치는 상승) 안정되는 추세다.

문제는 자본 유출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 투자 부진으로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에서 관찰된 흐름과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생산성 향상 둔화가 자본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국내 투자가 해외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경제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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