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봇물 터졌다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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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최근 아이큐와 프랙스 등이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를 출시하고, 거래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해외 기업들이 정부 인가 없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서, 향후 규제 공백과 투자자 보호 문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승자독식 구조가 예상되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신뢰할 만한 발행 주체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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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0일, 웹3 인프라 기업 아이큐(IQ)와 프랙스(FRAX)가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Q'를 출시했다. 현재 코인베이스의 레이어2 네트워크인 베이스(Base) 기반의 탈중앙화 거래소(DEX) 에어로드롬(Aerodrome)에서 KRWQ-USDC 거래쌍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출시 불과 1개월 만에 해당 거래쌍의 24시간 거래량은 약 7000만 원 규모에 도달했다. 초기 유동성 제공자들이 급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추가 공급해야 할 정도다.

더 눈여겨볼 사례도 있다. 최근 주목받는 탈중앙화 선물거래소(Perp DEX) '라이터(Lighter)'에서는 KRWUSD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이 거래되고 있다. 현물 없이 선물만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KRWUSD의 24시간 거래량은 3000만~4000만 달러(약 400~50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최대 25배 레버리지까지 지원하는 라이터는 하이퍼리퀴드의 토큰 바이백 모델을 차용한 차세대 거래소로, 11월 말 기준 일일 거래량에서 하이퍼리퀴드를 추월하며 세계 최대 탈중앙화 선물거래소로 부상했다.

시장은 이미 답을 내렸다

원화의 '제품시장적합성(PMF)' 증명 이 두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블록체인 세상에서 원화(KRW)의 '제품시장적합성(PMF)'이 이미 입증되었다는 사실이다. 즉, 온체인 시장이 원화를 사고파는 상품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팔릴 물건은 팔리고, 살 물건은 산다'는 시장의 생리는 냉정하다. 블록체인 시장은 기존 금융시장보다 훨씬 빠르다. 누구나 허가 없이(Permissionless) 토큰을 발행하고 시장을 개설할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우리 정부의 인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아이큐, 프랙스, 라이터 등은 블록체인 상에서 원화를 발행하고 거래하면서 한국 금융당국에 허가를 구하거나 통보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 업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온체인 원화 시장을 개설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통보할 의무가 없다. 이것이 바로 비허가 시스템의 본질이다.

외국인이 만든 원화 스테이블코인, 더 위험하다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반대하는 공식 입장은 ①디페깅(Depeg) 리스크, ②뱅크런(Bank run), ③소비자보호 공백, ④금산분리 원칙 훼손, ⑤자본유출, ⑥통화정책 무력화, ⑦금융중개 기능 위축 등이다. 각론에 대한 반박 여지는 차치하고,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해외 업체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시장에서 유통되다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22년 하루아침에 붕괴한 테라USD(UST)처럼, 외국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급작스럽게 무너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붕괴 직전 테라USD는 시가총액 기준 테더(USDT)의 21%에 달했고, 전체 가상자산 10위 규모였다. 만약 외국발 쇼크로 온체인 상 원·달러 환율이 3000원, 5000원으로 치솟는데, 우리 정부가 해당 발행자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면 어떨까? 필자가 지난해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 인가 없는 해외 업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경고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신생 원화 스테이블코인 간의 인지도와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리고 승자독식 구조에 따라 최종 승자가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사례가 바로 테더(USDT)다.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 이슈에도 불구하고 테더는 여전히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본거지를 홍콩에서 엘살바도르로 옮기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미 미국 정부조차 건드리기 힘든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된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 이미 그 과정은 시작됐다.

미국이 앞장선 '금융의 온체인화', 우리는 어디에?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사실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의 온체인화' 흐름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맞물려 미국 금융당국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주식, 토큰화 주식, 가상자산, 파생상품이 단일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슈퍼앱이 탄생하도록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지난 3월 주주서한을 통해 "모든 자산의 토큰화는 접근성, 의결권, 수익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금융 시장은 '온체인'을 향하고 있으며, 이 시장의 핵심 거래 매개체는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어디에 서 있는가? 국회에 발의된 여러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한은과 금융당국의 이견으로 연내 입법이 불투명하다. 지금 금융당국이 할 일은 '이래서 안 된다'는 금지의 반복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발생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과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합법적 주체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당장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양화'가 시장 점유율을 확실히 선점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은이 우려하는 디페깅, 코인런, 소비자 보호 공백 등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구한말 조선은 길을 닦으면 오랑캐가 쳐들어온다며 도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오랑캐는 길로 오지 않았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외면한다고 변화가 멈추지는 않는다.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을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규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연구위원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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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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