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bitbloomingbit

"달러 풍부하다"는 한은…환율은 왜 계속 오를까 [한경 외환시장 워치]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공유하기

간단 요약

  • 한국은행은 외화자금시장달러가 풍부해 스와프레이트가 기준금리차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이를 외환시장 위기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 반면 현물환 시장에서는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 기관투자가 해외투자 증가, 수출기업의 달러 유보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 악화 기대를 키우면 자본유출과 환율 상승의 악순환이 가능해 수급 불균형 완화와 일관된 외환당국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한국은행이 최근 외환시장에서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달러를 빌려주는 외화자금시장에는 달러가 넘쳐나는데, 달러를 사고 파는 현물환 시장에선 반대로 달러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풍부한 자금시장

19일 한은은 자체 블로그에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이 같은 현상을 분석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외환시장에 달러가 풍부한데도 환율이 오르는 것은 다소 모순적인 현상"이라며 "달러 자금이 풍부해 빌리기 더 쉬워진 지금 상황을 외환시장 위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화자금시장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달러를 빌려주고 이자를 주고받는 시장이다. 원화를 담보로 주고, 달러를 빌려 사용한 뒤 일정 기간 후 달러를 다시 돌려주고 원화를 받는 방식의 '외환스와프' 거래가 주로 이뤄진다.

현재 한국에서 원화를 빌릴 때 금리는 약 연 2.4%(3개월물 기준)로, 미국에서 달러를 빌릴 때 금리인 연 3.6%보다 낮다. 적어도 이 차이인 연 1.2%만큼은 이자를 줘야 스와프 거래가 형성될 수 있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에 금리차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 프리미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까지 더해져 산출되는 것이 '스와프레이트'다.

그런데 이 가산금리는 달러를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하락한다.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내리는 이치다. 최근 가산금리는 지난 15일 0.004%포인트(3개월물 기준)까지 낮아졌다. 지난해 6월 말 0.041%포인트에서 작년 말 0.022%포인트로 축소된 데 이어 사실상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스와프레이트는 기준금리차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자금시장에 달러가 풍부해지면서 금리차 이상의 이자를 추가로 낼 필요가 없어진 상황인 것이다.

달러 자금 공급이 늘어난 것은 우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수출 후 환전 대신 달러 유보를 택하고 있는 것도 자금시장의 달러 공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12월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이 늘어나는 행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작년 외국인의 채권자금이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는데, 이 중 절반이 환헤지를 통해 달러자금을 빌려주고 원화로 투자돼 외화자금 공급원으로 작용했다. 한은과 정부가 시행한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환율 올라도 "외환 위기 아니다"

반면 현물환시장에선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몇 년간 환율이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한미 간 금리 및 성장률 격차, 국내 금융자산의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외환 수급에 따른 변동 요인이 크다고 봤다. 거주자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와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해외투자가 늘어 달러 매입 수요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1018억달러(1~11월 기준)였고, 직접투자 및 증권투자 순투자액이 995억달러로 비슷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수출기업이 달러를 매도하지 않고 금융기관에 예치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급증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자금은 오히려 빠져나가며 불균형이 극대화됐다.

한은은 고환율에도 달러 자금시장이 안정돼 있어 이를 '위기'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 국장은 "외환위기는 대외지급능력이 약화돼 달러자금의 차입이 어려울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지금은 달러를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상황이라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실제로 금융기관과 정부의 외화 조달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1997년이나 2008년 위기 때와는 전혀 다르다는 게 외환당국의 판단이다.

문제는 환율 상승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국장은 "환율 상승이 곧 경제 펀더멘털 악화를 의미한다는 기대가 확산하면 자본유출과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자기실현적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펀더멘털 요인을 개선해 나가면서,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일방향의 기대 형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환당국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거시경제
publisher img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
방금 읽은 기사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