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반도체 파업' 초읽기…21년 만에 긴급조정권 발동되나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상한 폐지, 영업이익 15% 성과급 재원 등을 둘러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21일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고 밝혔다.
  • 산업계와 학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셧다운 시 하루 1조원 손실, 영업이익 최대 10조원 감소, 30조원 직접 손실 우려를 제기하며 국가 경제 파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공급망 안정성, 고객사 신뢰, 주가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Loading IndicatorLoading Indicator

정부 중재에도 사후조정 무산

노조 "21일 총파업 강행"

勞, 성과급 상한 폐지 등 고수

"추가 대화는 없을 것" 초강경

金총리 "파업 안돼…대화 지원"

산업계 "긴급조정권 검토해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13일 정부 중재 아래 이뤄진 17시간의 마라톤 사후 조정에서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오는 21일 총파업 강행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 생산 라인이 멈춰 서는 '셧다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에선 국가 경제 파탄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조 "중노위 조정안 오히려 퇴보"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이뤄진 사후 조정은 사실상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노사는 12일 오후부터 이날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이어갔으나,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노위는 이번 조정에서 △경제적부가가치 기반 초과이익성과급 제도 유지 △반도체(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지급 등을 절충안으로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영업이익 15%(올해 예상치 기준 약 45조원)의 성과급 재원 마련 △성과급 상한(연봉의 50%) 폐지 명문화를 고수했다. 성과급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투명하고 고정적인 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경영 성과에 따라 특별성과급을 결합하는 '유연한 보상 제도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대립했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새벽 협상 결렬 직후 "17시간 중 대기 시간만 16시간이었다"며 "바뀐 안건이 없는 조정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려는 의도로 보여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노위 조정안은 성과급 상한 유지 등 오히려 퇴보한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 직후에도 "사후 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파업 종료 전까지 회사와의 추가 대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 측이 집계한 파업 참여 인원은 4만2000명이다. 노조는 최종적으로 5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라인 시설 점거 등 불법 행위 없이 적법하게 쟁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이에 대해 노조가 경영 실적과 무관한 '경직된 성과급 제도화'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유감을 밝혔다. 다만 "마지막까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주목

산업계와 학계에선 이번 사태가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25.7%를 차지하고,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35%를 책임지는 상황에서 18일간의 파업은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치열한 현시점에 삼성전자 라인 가동 중단은 고객사 신뢰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반도체 라인 특성상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하루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며 파업 장기화 시 영업이익은 최대 10조원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30조원 규모의 직접 손실 우려는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라는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도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긴급조정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은 발동 즉시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다.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과 2005년 항공사 파업 당시 발동됐다. 이후 21년간 사용되지 않았다.

靑·정부 "대화로 풀어야"

정부 대응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 노사 대화가 지속되도록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파업 불가' 원칙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정부의 개입 의지를 강력히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SNS에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어떻게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파업 예정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노사 간 대화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로 대신하겠다"고 했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최후의 순간에는 법적 장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채연/곽용희/강해령 기자 why29@hankyung.com

#거시경제
#정책
한경닷컴 뉴스룸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
hot_people_entry_banner in news detail bottom articleshot_people_entry_banner in news detail mobile bottom articles
방금 읽은 기사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