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메타버스 스타트업은 미국의 '모먼트하우스'와 '디호라이즌', 베트남의 '스타샤크'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사 38곳이 이 기업들에 투자했다. 투자사가 많은 메타버스 기업 상위 10곳 중 6곳은 게임 관련 업체였다. 메타버스 분야에서도 수익창출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정 KPMG가 펴낸 'VC·PE 투자로 본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VC·PE 투자를 받은 150개 메타버스 스타트업 중 게임 관련 회사들이 가장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다수의 VC·PE들로부터 동시에 투자를 받은 메타버스 기업을 투자자 숫자 순으로 10위까지 나열했을 때 이 중 6곳은 게임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이었다.
VC·PE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피치북 데이터를 활용해 2018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4년간 최소 1회 VC·PE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인수합병된 메타버스 기업을 추출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는 "해당 기업들은 게임 내 토큰을 발행하고, 초기에 게임을 접한 이용자들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며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고 있다"며 "수익창출 가능성이 돋보이는 기업에 투자가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5곳에서 투자받은 '메리트서클'은 P2E 게임에 공동 투자해 게임 수익의 일부를 보상받는 일종의 공통 투자 조합이다. 게임사는 초기 자본을 메리트서클 참여자로부터 조달 받고, 초기 유저를 확보한다. 메리트서클에 소속된 3800여 명의 참여자가 30여개의 게임에 투자하고 있다.
'몰입 경험' 분야 역시 투자가 몰린 메타버스 영역으로 분석됐다. 투자사가 38곳인 미국의 '모먼트하우스'는 가수와 배우들이 온라인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셜 공간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가수나 배우가 모먼트 하우스에서 라이브 방송 티켓을 판매하고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플랫폼 안에서 티켓 예매, 팬 관리가 가능하다. 가상의 공간을 현실적인 공간처럼 만들어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2020년 설립된 프랑스의 스타트업 '스테이지11'도 몰입 경험을 주는 음악계의 메타버스 기업이다. 기존의 라이브 스트리밍, 온라인 콘서트에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추가해 오프라인 행사와 더욱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게임과 혼합현실(MR), NFT 등의 요소도 넣었다. 마틴 개릭스, 스눕독, 니요 등 유명 가수와 함께 작업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4년간 투자를 받은 메타버스 기업들을 크게 분류해보면 웹 3.0 구현을 위한 기술 기반 기업, SNS를 기반으로 커머스 등 수익 사업으로 확장하는 소셜 커머스 기업, 소유권 증명 수단으로 NFT를 활용하는 기업 등이 있었다. 보고서는 "기업 간 사업 분야가 얼마나 겹치는지 확인해보니 유사도가 매우 낮았다"며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인 만큼 유사한 사업 모델로 경쟁하기보다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니치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150개 메타버스 기업들은 대부분 최근 2년 안에 설립됐다. 설립연도가 밝혀지지 않은 29개 기업을 제외하고 68개 기업(56.2%)은 2020년 이후에 설립된 신생기업이었다. 48개(39.7%)는 2010년부터 2019년 사이에 세워졌다. 2010년 이전에 설립된 기업은 5곳이었다.
메타버스 기업이 속한 산업군은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기업이 65개로 가장 많았다. 금융 소프트웨어(16개), 비즈니스, 생산성 소프트웨어(16개), 멀티미디어, 디자인 소프트웨어(14개), 소셜·플랫폼 소프트웨어(8개) 순이었다. 상위 6대 산업군이 모두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금도 수많은 창업자들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고, 시장에 수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소규모 프로젝트들이 쌓이고 있다"며 "수많은 투자 경험을 갖춘 VC·PE의 투자 내역은 메타버스 시장의 발전 방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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