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매일 아침 산책한 뒤 가상자산을 받는다. 최근 구매한 운동화 대체불가능토큰(NFT)과 연계된 프로그램이 그의 걸음걸이, 운동량 등을 측정해 준다. 차량을 운전할 때도 보상은 빠지지 않는다. 안전거리 준수, 적정속도 유지 등 안전 운전을 하면 포인트가 추가된다. 골프 연습장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채워도 가상자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어제보다 오늘은 공이 하나라도 더 잘 맞길 바라며 연습을 꾸준히 나가는 이유다.
특정 활동을 하면 보상을 주는 ‘엑스투언’(x to earn·X2E) 사업이 일상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기존 플랫폼에서 이른바 ‘앱테크’(앱+재테크)라는 이름으로 걷기, 리뷰 등을 통해 포인트를 제공해왔던 것과 유사하다. 이제는 블록체인, NFT 등 신기술과 결합하며 다변화되고 있다. 참여자들은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플레이투언(P2E)을 비롯해 운동, 리뷰, 콘텐츠 시청, 수면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보상받는다. 업계에서는 “‘웹3.0 환경에 최적화된 마케팅”이라는 시선과 함께 “대부분 명확한 수익모델 없이 신규 투자자 유입에 의존한 ‘폰지 구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걷고, 골프 연습하면 돈 번다고?
걷기로 수익을 내는 ‘무브투언(M2E)’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X2E 프로젝트다. 호주 핀테크 스타트업 파인드 사토시 랩의 ‘스테픈’이 선두다. 스텝앱, 제노펫, 스웨트코인 등 유사 해외 프로젝트가 잇따라 생겨났다.
스테픈은 지난 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입자는 걷거나 뛰면서 돈을 벌 수 있다. ‘건강’을 목적으로 특정 미션을 달성하면 보상을 준다. 자체 NFT 운동화를 신고 GPS 신호가 잡히는 야외에서 운동하는 이용자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한다. 이 가상자산은 NFT 운동화 제작에 사용할 수 있고 현금화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스니커즈, 메디패스, 슈퍼워크, 트레이서 등 다양한 M2E 프로젝트가 생겨났다. 비슷하게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는 스크린 골프와 NFT를 결합한 ‘샷투언(S2E)’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예고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운동과 게임을 즐기며 성과를 달성하면 보상받는 서비스다.
클레이튼 체인에 기반한 스니커즈는 운동화 NFT와 연계한 M2E 서비스에 현실 지도와 연결된 ‘랜드’ 요소를 추가했다. 랜드의 소유자는 아이템, 선착순 이벤트, 보물찾기 이벤트 등을 통해 이용자의 방문을 유도한다.
달리기 플랫폼 스타트업 프로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슈퍼워크는 상대적인 점수를 얻어야 토큰을 획득하는 리더보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토큰 발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에 지급하는 토큰의 총량을 정해놓은 셈이다.
M2E 프로젝트는 기존 플랫폼 기업들에도 확산하고 있다. 1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주는 ‘캐시워크’,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도 이와 유사한 만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동을 통해 받은 가상자산으로 운동화를 꾸미거나 더 예쁘고 성능이 좋은 운동화를 구입할 수 있다.
충성 고객, 데이터 확보 목적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X2E를 도입하는 곳도 적지 않다. 블록체인, NFT, 탈중앙화금융(DeFi) 등의 기술이 적용되는 웹3.0 환경에서는 중앙집권화된 관리자가 아닌 개별 구성원의 활동으로 조직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영상 숏폼 서비스 기업인 셀러비, 미디어테크 기업 퍼블리시, 여행 SNS 트립토비즈 등은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읽거나, 이를 공유하면 보상을 지급한다. 셀러비의 경우 영상을 올리는 창작자에도 보상을 지급한다. 음악 플랫폼 플로는 음악 창작자에게 조회수에 따라 보상을 지급한다. 가상자산이 아닌 현금으로 조회수 1회당 50원이 주어진다.
운영 형태와 보상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용자에게 보상을 지급해 자사의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큰 그림이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제페토 이용자들은 자체 모델링 프로그램을 메타버스 캐릭터나 아이템을 만들어 다른 이용자에 판매할 수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보상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카립토 프로젝트 재단은 운전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자동차 NFT를 가진 운전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운전을 통해 카립토코인이 채굴되는 드라이브투언(D2E)을 표방하고 있다.
수면 웰니스 스타트업 슬립퓨처는 슬립투언(S2E) 서비스인 ‘슬리피’를 준비 중이다. 수면 품질을 측정한 데이터를 모아 암호화폐를 받는다. 수면의 질이 좋을수록 점수는 높아지고, 보상도 커진다. 슬립퓨처는 슬리피를 토대로 슬립퓨처는 슬리피를 시작으로 수면 용품, 디바이스 판매, 수면 상담까지 관련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메디패스는 블록체인 헬스케어 스타트업 메디블록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 역시 이용자가 일정 걸음 수 이상을 채우거나 진료내용 연동 등 건강 정보를 입력하면 가상자산을 지급한다. 이용자의 건강·의료 데이터 등을 수집하기 위한 취지다.
폰지 구조 위험... 사업모델 제시해야
X2E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상당하다. 특히, X2E의 사업의 상당수가 사업 초창기 마케팅을 목적으로 활용된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용자가 ’보상받기 위해‘ 몰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신규 유입자금으로 어느 정도 유지가 되지만 마땅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돌려막기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스테픈 역시 루나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사건을 겪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스테픈의 중국 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된다는 것이 알려진 지난 5월 하루 만에 가격이 39% 폭락하기도 했다.
과거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 SNS ‘스팀잇’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스팀잇은 이용자가 글을 쓴 뒤 다른 이용자들의 추천을 받으면 토큰으로 보상받는 서비스다. ‘미디어의 미래’라는 유망한 평가까지 받았지만 2018년 말 경영난으로 직원 70%를 해고했다. 보상 지급과 별개로 콘텐츠의 품질이 낮았고, 콘텐츠 자체로부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 보상은 회사의 이익 분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받는 보상이 들어오는 정확한 구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커뮤니티나 팬덤 활성화를 위해 보상한다는 프로젝트들은 돈 주고 쉽게 커뮤니티를 사려는 의도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며 ”돈을 벌려고 하는 P2E는 게임이 아닌 노동(W2E・Work to Earn)이 되듯 커뮤니티 자체의 매력 없이 보상을 통해 이를 쉽게 이뤄내려고 하는 방식은 지속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