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채 금리 폭등은 물론
美증시까지 출렁
"이제 딱 3일 남았어요. 그만 끝냅시다(get this done)."
영국 중앙은행(BOE) 앤드루 베일리 총재의 11일(현지시간) 발언이 영국을 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에 "더 이상의 국채 매입 지원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다. 베일리 총재의 경고 직후 영국 국채 금리는 다시 폭등(국채 가격 하락)하고, 미국 뉴욕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채 매입은 긴축과 상충돼... 일시적이어야"
베일리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금융협회(IIF) 멤버십 연례 총회에서 최근 BOE의 대규모 채권시장 개입에 대해 "계획대로 오는 14일 채권 매입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입 기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해 국채 가격을 계속 떠받쳐 달라는 기관투자자들의 요청을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BOE는 지난달 28일 "10월 14일까지 하루 최대 50억파운드씩 총 650억파운드 규모로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재무부의 450억파운드 감세안 발표로 채권과 외환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지 닷새 만이었다. 감세안 발표 뒤 국채 가격이 급락(국채 금리 상승)하면서 국채를 담보로 파생상품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이 마진콜(담보금 추가 납입) 요청에 시달리자 이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BOE의 국채 매입 계획 발표 뒤 안정을 찾는 듯했던 영국 국채시장은 매입 종료 시한이 임박하면서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개입의 본질은 일시적이라는데 있다"며 "이는 결코 장기적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우리는 기관투자자들이 질서 있게 자산을 매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것이고 그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는 시한은 이제 3일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장 개입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과 상충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미 중앙은행(Fed) 등의 긴축(금리 인상)을 따라가고 있던 BOE가 정부의 엇박자 정책 때문에 방향키를 일부 수정해야 했던 점을 꼬집은 대목으로 풀이된다. 긴급 국채 매입으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연기금發 자산 투매 공포에... 시장 패닉 반응
베일리 총재의 발언은 시장에 혼선으로 작용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BOE는 국채 매입 대상에 물가연동채를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하루 국채 매입 한도를 50억파운드에서 100억파운드로 두 배 확대하고 (14일 국채 매입 종료 뒤에도) 오는 11월10일까지 새로운 단기 자금 지원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두 번째 시장 개입 시사였다.
하지만 베일리 총재는 '채권 매입 규모는 확대해도 기한 연장은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은 "베일리 총재의 연설 불과 몇시간 전 BOE는 '영국 금융안정에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BOE가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는 지적이다.
BOE가 채권 매입 연장을 거부하면서 영국 채권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30년 만기 영국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11%포인트 오른 연 4.79%를 기록했다. 7거래일 연속 오르며 BOE가 시장 달래기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수준(연 4.99%)에 바짝 다가섰다.
주식시장에도 악재가 됐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장보다 1.06% 하락한 6885.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상승 반전했던 뉴욕증시도 막판 영국발 악재로 상승분을 되돌림했다. 다우지수는 0.12% 상승을 유지했으나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65%, 1.10% 하락했다. 특히 나스닥은 올 들어 두 번째 베어마켓(하강장)에 진입했는데, 한해 베어마켓이 두 번 벌어진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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