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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성균관대 MBA 교수)



9월 FOMC회의 후 발표한 연준의 향후 경기전망과 금리점도표는 경기연착륙으로 향하는 가느다란 희망이 사라졌음을 연준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점도표에 의하면 FOMC위원들이 예상하는 정책금리 중간값이 올 연말 4.0%~4.25%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은 9월에 단행한 0.75% 인상에 이어 11월에도 0.75% 인상한 후 12월 0.5%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달대비 예상치 0.3%를 휠씬 초과하는 0.57% 상승하여 시장의 예상과는 반대로 물가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운신폭은 더욱 줄어들었다. 금리점도표에 의하면 FOMC위원들은 올해 향후 두번에 걸쳐 정책금리를 1.25% 추가 인상하고 2023년에도 1/4분기에 적어도 한차례 0.25% 인상하여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연준 정책금리는 4.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준의 금리점도표가 2023년 말 금리수준을 4.6%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는 반면, 금리선물시장은 아직도 4.2%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은 물가상승세가 앞으로 12개월안에 충분히 하락하여 내년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나서며 경기부양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물가상승세가 얼마나 빨리 하락하는냐에 따라 연준이 공격적 긴축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날 수 있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시뻘겋게 달궈진 미국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연준은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밑으로 유도하여 고용시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회복하고 임금상승률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8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임금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부문의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물가상승세가 임대차, 레스토랑,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상태로 방치될 경우 임금상승률이 치솟을 가능성이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2023년말 연준의 목표치인 2%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월별 상승세가 지난 3개월 평균 상승률인 0.3% 수준에서 0.2% 수준으로 대폭 하락해야 한다.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물가상승률은 내년 하반기에도 4%대 후반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준은 앞으로 적어도 6개월 이상 현재의 대단히 매파적 시각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발표된 연준의 경기전망은 금융여건의 지속적 긴축을 통해 미국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하여 상당기간 머물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제 연준은 2022년 GDP성장률 예상치를 1.7%에서 0.2%로 하향조정하고 2023년 성장률을 1.2%로 6월 발표한 전망에서 0.5%포인트 낮췄다. 또한 성장률 하락으로 실업률이 현재의 3.7% 수준에서 2023년말 4.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진입했음을 국채 장단기 금리차보다 좀더 실시간으로 가리키는 지표로 잘 알려진 "삼법칙(Sahm Rule)"은 실업률이 12개월에 걸쳐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경우 경기침체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한다. 연준의 경기전망은 실업률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정도로 상승하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침체국면보다는 상당히 견조한 1.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경기전망은 현실감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의 모델에 의하면 실업률은 더 높게 경제성장률은 더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1: 미국 고용시장 과열상태 지속

출처: Mizuho Securities USA, Daily Shot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은 연준의 경기전망보다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어떤 속도로 어느 수준까지 올리고 인상 사이클을 끝낼 것인가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답은 결국 과열된 미국의 고용시장이 얼마나 빨리 냉각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연준이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금리인상의 효과가 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퍼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정책적 여유를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근원물가상승세가 3% 언저리까지 하락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써머즈 전재무성장관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을 1%포인트 낮추기위해서는 실업률이 장기균형점에서 2%포인트 높게 상승해야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 미국의 구인자수와 실업률의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곡선(Beveridge curve)에 의하면 실업률은 5%까지 상승해야 인플레이션이 해소될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연준의 경기전망이 과거 경험에 비추어 상당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2: 미국 고용시장 구인란 지속

출처: Bloomberg, US Conference Board, Daily Shot

정책금리도 연준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려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의하면 근원물가상승세를 3%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현재 전년대비 5.2% 수준인 임금상승률을 생산성 증가분을 포함하더라도 4.5%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금상승률은 취업자수 대비 구인자수의 비율이 1%포인트 감소할 때 0.25%정도 낮아지므로 대략 현재 취업자수 대비 초과 구인자수 4백만이 거의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가까이 하락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숫자이다. 지난 6월 연준의 2023년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1.7% 수준이었으므로 결국 연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0%로 하락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준이 금융여건지수를 100bp이상 더 긴축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정책금리는 연준의 예상치인 4.6%보다 높은 5% 수준 이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4%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오르고 S&P500지수는 10%정도 더 하락해야 할 것이다.


그림 3: 미국 임금상승률 4.5% 이하로 하락해야

출처: Bloomberg, US Department of Labor

결국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현재까지 연준이 밝히고 있는 것보다 휠씬 클 것이다. 또한 금리수준이 연준이 예상하고 있는 기간보다 높은 수준에서 휠씬 오랜 기간 유지될 것이다.


◇아직 잘 버티는 미국경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가는 결국 미국경제가 얼마나 빨리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경제는 둔화되고 있는가? 미국의 금융여건은 올들어 연준의 의도대로 긴축으로 급격히 선회하였고 9월 FOMC 이후 달러화 강세, 장기금리와 실질금리 상승, 그리고 주가하락으로 인해 더욱 긴축되었다. 하지만 금리상승에 직접 영향을 받는 주택시장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둔화세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각 지역 연준의 구매관리자지수를 종합해보면 산업생산 증가율은 둔화세에 접어들긴 했지만 급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소비는 급상승세에서는 둔화됐지만 꾸준한 임금상승, 팬데믹 동안의 잉여저축 그리고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신용구매 증가에 힘입어 견고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가 미국경제의 68%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이 상당한 약세로 돌아서야 한다.


소비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실질가처분소득의 증가, 부동산과 금융자산 증가에 의한 부의 효과, 신용증가, 그리고 소비자심리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중 실질가처분소득 증감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상반기 휘발유값과 곡물값 상승 등 급격한 물가상승세와 연방정부의 이전소득 감소에 따라 미미한 증가세를 보였던 미국 가계의 실질소득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중 다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임금상승률과 지속되는 구인란은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실질가처분소득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질소득의 증가는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도 미국의 소비가 당분간 급격히 둔화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현재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것보다 더 길게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길어지는 연준의 긴축사이클은 세계금융시장의 스트레스 레벨을 높일 수 밖에 없다.


그림 4: 미국 가계부문 잉여저축액 1.5조달러에 달해

출처: Bloomberg, US Federal Reserve Bank, Daily Shot

그림 5: 미국 실질가계소득 하반기부터 상승세 탈 듯

출처: Bloomberg, US Federal Reserve Bank, Daily Shot

◇금융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연준의 계속되는 큰 폭의 금리인상과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양적긴축은 미 국채시장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팬데믹 이후 미 국채의 대규모 매입자였던 연준이 더 이상 채권을 매입하지 않으면서 시장 유동성은 감소하고 금리상승 기대감에 따른 가격변동성은 급등한 상황이다. 전 세계 자산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미 국채시장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그림 6: 미 국채시장 변동성 급등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세계금융여건을긴축으로 몰아가며 경기전망을 악화시키고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달러강세를 통해 각국 통화에 절하압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권은 이미 경기하강국면에 진입한 와중에 통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이어지며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하락세에도 금리인상을 통해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림 7: 금융 스트레스 지속적으로 상승

출처: US Office of Financial Research, 크레스트아시아


지난 9월 영국의 새정부가 감세정책을 발표하자 금융시장은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영국 국채금리는 급등하고 파운드화는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였다. 주가는 FTSE지수뿐 아니라 S&P500을 포함한 주요지수들이 동반 하락하였다. 금융시장의 급변동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를 크게 증가시켰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드러냈다. 영국의 확정급여형 연금들이 세계금융위기후 지속되는 금리하락에 대응하여 활용했던 부채연계투자기법(Liability-Driven Investment, LDI)의 파생상품 투자가 금리가 급등하면서 담보부족으로 마진콜에 처하게 되자 보유채권을 급처분하며 금리급등을 부축이게 되었고 일부 연금은 파산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에 영란은행은 대규모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시장안정을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서게 된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며 시장의 패닉반응을 불러왔고 예상치 못한 금융시스템 안정성 문제로 연결된 것이다. 이번 에피소드가 위기상황의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에너지 위기로 이미 침체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되는 유로경제권은 그러나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하여 침체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해야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여있다. 근원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9월 0.75% 정책금리 인상에 이어 11월 0.75%와 12월에도 0.5~0.75%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이탈리아 국채의 독일국채 대비 금리 스프레드를 확대시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0년~2012년 국채위기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TPI(Transmission Protection Instrument)를 마련해놓고 있어 아직까지는 금융시장이 금리스프레드 확대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으나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도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이다.


그림 8: 이탈리아 국채 금리스프레드 확대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

일본은행은 미 연준을 포함하여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에도 채권 수익률곡선 조정정책을 고수하며 국채매입을 계속하고 있다. 대내외 금리차의 확대는 엔화약세로 이어지며 물가상승세를 유도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마침내 불가능하게 보였던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서며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빠져나오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엔화의 약세가 가속화되자 일본은행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기존의 국채매입과 상반된 정책을 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정책기조가 지속되는 달러강세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금융시장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머징시장의 상황은 특히 프론티어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이집트는 이미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나이지리아도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년간의 저금리시대에 급격히 늘어난 국가부채가 금리급등과 환율약세로 저소득 국가들을 파산위기로 몰고 있는 것이다.


그림 9: 이머징마켓 통화 변동성 상승

출처: Bloomberg, 크레스트아시아

중국은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금융시스템에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난 몇 년간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의 잠재적 부실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행보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스트레스를 높이면서 여기저기서 위험요소가 하나 둘씩 표면에 드러나고 있다. 보수적 투자관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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