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사우디, 'OPEC+ 감산' 두고 신경전 계속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 결정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에 대해 '체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우디는 국왕까지 등판해 "감산 결정에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며 항변했다.
미국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CNN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감산을 결정한 사우디와 관계를 재평가하는 과정에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對)사우디 군사지원 변화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미국은 연일 강경한 메시지로 사우디를 몰아붙이고 있다.
아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내달부터 하루 평균 200만 배럴로 감산 규모를 늘리기로 한 데 대한 강경 반응들이다. 미국과 유럽은 OPEC+이 대규모 감산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을 설정하려는 제재안이 무력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또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연료 가격을 안정시켜 민심을 달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OPEC+가 대규모 감산을 통해 러시아 편들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사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은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OPEC+의 만장일치 감산 결정이 순전히 경제적 이유에 따른 것임에도 누군가는 '사우디가 러시아의 편에 섰다'고 주장한다"고 썼다. 한동안 공개행보를 삼가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도 이날 국정자문회의 연설에서 "사우디는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오만 등도 "시장 데이터와 변수에 기반을 둔 결정"이라고 항변했다.
글로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외교적 카드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백악관이 언급한 군사지원 옵션의 경우 미국은 이미 지난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맨 내전 개입을 문제 삼아 공격용 무기 판매를 금지해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근본적으로 이란 견제를 위해서는 사우디를 완전히 내칠 수 없다는 전망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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